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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독설가 강준만의 세상읽기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0 18:23

수정 2023.02.20 18:23

[강남시선] 독설가 강준만의 세상읽기
최근 재미난 책 두 권을 읽었습니다. '진보 논객' '독설가'로 불리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쓴 '퇴마 정치'와 '정치 무당 김어준'입니다. '퇴마 정치'는 지난해 12월 말에, '정치 무당 김어준'은 이달 초에 나온 신간입니다.

강 교수는 다독가이자 속독가로 유명합니다. 뚝딱 책도 금방 잘 만들어냅니다. 그가 지난해 낸 책만 해도 '반지성주의'(2022년 12월), '정치적 올바름'(9월), '엄마도 페미야?'(8월), '정치 전쟁'(4월), '좀비 정치'(1월) 등 5권에 이릅니다.
각종 매체에 쓰는 칼럼까지 생각하면 그가 쏟아내는 글의 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 많은 책을 언제 다 쓰지 싶기도 하지만 다작을 나무랄 이유는 없습니다. 그건 성실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첫번째 책에서 들고 나온 키워드는 '악마화'입니다. "대중운동은 신에 대한 믿음 없이는 가능해도 악마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미국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의 말에 기대어 '윤석열 악마화에 올인한 민주당'을 탐구합니다. 강 교수에 따르면 '100년 집권'을 꿈꾸던 민주당은 윤석열이라는 의외의 장애물을 만나게 됩니다. '퇴마사' 윤석열을 동원해 적폐 청산에 나섰던 그들은 이른바 '조국 사태'를 맞으면서 정치적 내전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우리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에 빠져 있던 그들은 윤석열을 무식·부도덕·야만·야비·탈법·무법의 화신으로 몰아세웁니다. 그 칼끝은 매섭고 집요했지만 저주의 뒷담화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2022년 대선 결과가 오랫동안 지속된 윤석열 악마화의 결과라는 게 강 교수의 진단입니다.

윤석열 악마화의 최선봉에 선 이가 방송인 김어준입니다. 강 교수는 김어준을 '정치 무당'으로 규정합니다. 책에 따르면 김어준은 '음모'와 '유희'가 충만한 새로운 유형의 정치담론을 통해 자신의 권력 기반을 구축합니다. 김어준은 지명도와 정치적 영향력에서 거물로 성장했지만 그로 인해 온갖 음모론이 판치는 정치 무속의 세계를 열었다는 것이 강 교수의 분석입니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김어준만큼 선전·선동 능력이 뛰어난 인물은 없습니다. 그의 독보적인 가치는 흔쾌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 교수는 말합니다. 하지만 그의 재능과 역할이 결국은 한국 정치를 증오와 혐오의 나락으로 밀어넣었다는 것이 이번 책의 요지입니다. 최근 '미디어오늘'이 김어준 방송의 지난 6년을 좀 더 엄격하게 평가했어야 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강 교수는 '퇴마 정치' 서문에 이번 책들은 일종의 중간 보고서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최종 기록은 향후 집필할 '한국 현대사 산책: 2020년대 편'에 올릴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정치 무당이 칼춤을 추는 퇴마 정치가 그땐 좀 덜하기를 기원하면서 말이죠.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생활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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