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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기고] 위기의 꿀벌 생태계 보호하려면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0 18:41

수정 2023.02.20 18:41

[fn기고] 위기의 꿀벌 생태계 보호하려면

꿀벌 위기의 시대이다. 꿀벌의 위기는 꿀벌을 근간으로 지탱되어온 양봉산업의 위기이기도 하다. 양봉인들의 고통과 고민이 심화되고, 벌꿀 등 양봉 산물과 연관된 각종 먹거리와 산업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꿀벌산업만큼이나 큰 관심은 꿀벌이 우리 삶에 기여하는 화분 매개라는 생태계 서비스이다.

양봉산업에서 비롯되는 화분 매개의 중요성은 시설원예작물에서 두드러진다. 세계적으로 화분 매개를 통한 농산물 생산 기여 가치는 257조~575조원이나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6조원 내외로 추정한다. 자연 생태계 내에서는 조금 다르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이 가리왕산과 유명산의 숲속 개화식물 종류와 개화식물을 방문하는 꽃벌류를 조사한 결과 양봉꿀벌을 포함해 130여종의 꽃벌이 산속 다양한 식물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약 33%의 식물에서 꿀벌이 더 많이 방문했다. 67% 식물에서는 야생벌의 방문빈도가 더 높았다. 이들 개화식물은 벌에게 화밀과 화분 등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하고, 꽃벌들은 식물의 종자 형성과 번식을 도와주는 공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아까시 등 밀원식물은 꿀벌에 의해, 산속에 흩어져 분포하는 소규모 개화 식물들에는 꿀벌과 야생벌들이 함께 화분매개를 수행해 번식은 물론 종자와 과실을 통한 먹이사슬이 연결된다. 최근 꿀벌 폐사 이야기가 나오는 양봉산업은 밀원식물과 연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산야에 밀원식물의 분포면적은 제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벌꿀 생산이 가장 안정적이었던 시기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이었다. 봉군당 벌꿀 생산량은 한 봉군당 14~17㎏으로, 전국적으로 2만~3만t의 벌꿀이 생산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아까시 식재면적도 안정적이었다. 당시 봉군 규모가 200만군 내외였다. 최근 봉군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 280만봉군이 국내 배치되어 있다.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100배가 되는 미국의 봉군 수가 280만군 정도이니 얼마나 과밀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과밀은 유지비용 증가 및 생산성 감소는 물론 감염성 병해충 위험도 증가, 먹이와 공간 경쟁의 심화 및 포식 위협 증가 등 꿀벌의 건강에 치명적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지나친 자원경쟁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양봉산업계에서는 병해충 피해 등으로 벌꿀 대흉작을 경험하고 있다. 과도한 서식밀도는 꿀벌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양봉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적정 서식밀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밀원식물 식재를 통한 밀원자원 확대는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사업이다. 사육밀도에 대한 논의가 정부와 생산자단체 사이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소득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아픔이 있을 수 있지만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한국양봉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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