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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중국 정부에 쉽게 속지는 말자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1 18:20

수정 2023.02.21 18:20

[차이나 톡] 중국 정부에 쉽게 속지는 말자
중국의 대표적 차량호출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이 지난달 신규 사용자 등록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지 말라는 정부의 뜻을 거슬렀다가 전방위 규제를 받은 지 1년6개월여 만이다. 시장은 호재로 봤을까, 악재로 받아들였을까.

중국 최고지도부는 지난해 말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어 내수부양을 위해 민영기업과 빅테크 발전 의지를 내비쳤다. 또 이들에게 경제와 일자리 창출 등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긍정적 신호일까, 투자자에 대한 경고일까.

시장은 일단 환호를 보냈다. 관련업체 주가는 대부분 올랐다.
정부의 움직임을 낙관적 전망으로 해석했다는 방증이다. 관영 매체나 기관들도 저마다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면은 곧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디디의 신규 사용자 등록 재개를 승인한 뒤 국가급 교통플랫폼을 출시키로 했다. 차량호출부터 화물·해상·항공운송 등을 포괄하는 정부 주도의 초대형 플랫폼이다. 전체 운송시장의 90%를 장악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이 수치는 원래 디디의 타이틀이었다. 디디 주가는 미국 장외시장에서 사흘 만에 추락했다. 투자자는 뒤통수를 맞았다.

민간분야 발전을 내세운 후 정부가 빅테크의 황금주 확보에 나섰다. 지분비율과 상관없이 주요 경영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로 빅테크를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순풍을 만난 것 같았던 빅테크 주가는 원점으로 복귀하고 있다.

창업자 마윈의 설화로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알리바바는 지방정부로부터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과 항셍전자 등 여러 상장사 지배권을 포기한 대가였다. 알리바바 주가는 올라간 것보다 더 많이 내려갔다.

'경제는 생물이고, 주가는 스스로 살아 움직인다.' 이는 자유경쟁 원칙 속의 시장경제에서만 통하는 말이다. 정부가 생살권을 쥐고 있는 사회에선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중국 지도부가 민영기업 발전을 천명했을 당시도 사실 공유경제와 공동발전, 국유기업의 핵심 경쟁력 강화가 먼저 강조됐다. 실제 중앙·국유기업의 계획표는 줄줄이 나열되지만 민영기업을 위한 구체적 지원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저 해석하는 쪽에서 중국 정부의 변화 기조를 읽고 싶었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쉽게 속지는 말자.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장담할 수 없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도 불확실하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외자 확대를 외쳐도 외국인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
1년 넘게 부동산 회복정책을 쏟아내도 시장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중국 당국이 지난 17일 빅테크 대표들을 만나 인터넷 발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매수 타이밍일까, 손을 떼야 할 시점일까. 다른 한편에선 중국 최고의 빅테크 투자회사 창업자이자 회장의 실종이라는 이면도 보인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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