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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핵군축 참여 중단 선언...우크라전 변수 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2 03:18

수정 2023.02.22 03:18

[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회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과 핵무기 감축 협정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AP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회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과 핵무기 감축 협정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AP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이하 현지시간) 핵무기 감축 계획인 이른바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핵무기 확대 경쟁 브레이크가 사라졌다.

불리한 전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무기를 쓸 수도 있다는 경고를 계속 내놓고 있는 러시아가 위협의 강도를 더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러시아와 함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 당사국인 미국은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앤터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은 러시아의 행동은 무책임하다면서 복귀를 촉구했다.

뉴스타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예상보다 크게 일정이 늦춰진 국회 국정연설에서 뉴스타트 중단이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국정연설에서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협정 참여 중단 방침을 밝혔다.

푸틴은 다만 협정 탈퇴가 아닌 협정 참여 중단이라고 선을 그어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다.

뉴스타트는 1991년 미국과 구소련 간 핵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감축하기로 한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START)의 뒤를 이어 2010년 체결돼 뉴스타트라고 부른다.

협정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는 1550개, 700개 수준인 양국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기준 이하로 줄이고, 양국 간에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한다는데 합의했다.

뉴스타트 협정은 2021년 2월 한 차례 연장돼 2026년 2월까지 유효하다.

양국은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 속에 협정 이상 기류를 보여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이후 양국간 사찰은 중단됐고,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릴 예정이던 회의가 돌연 러시아의 연기 통보로 무산됐다.

2026년 협정 종료 이전 협정 연장을 위한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신냉전이 협상 판을 엎어버린 셈이 됐다.

러, 수개월 전부터 협정에 무관심

비록 러시아가 협정에서 완전히 탈퇴한 것은 아니지만 협정이 지속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협정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다.

푸틴의 협정 참여중단 선언은 최근 무관심한 반응을 공식화한데 불과하다고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참여중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스를 방문 중인 블링컨 국무장관은 푸틴의 결정은 '매우 불행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블링컨은 이어 미국은 "세계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언제든 러시아와" 핵군축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협의 재개를 촉구했다.

러, 핵사찰도 거부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지금껏 협약에 명시된 핵시설 사찰을 수차례 거부해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에도 "러시아가 뉴스타트 협정에 따른 (핵)시설 사찰 의무를 온전히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과학자연맹(FAS) 산하 단체로 핵무기에 관한 정보를 일반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민간기구인 핵정보프로젝트(NIP) 책임자 한스 크리스텐슨은 푸틴의 발표로 뉴스타트는 '연명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러, 핵무기 사용할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면서 침공 2~3개월 안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푸틴은 핵카드를 꺼내기 시작한 상태다.

우크라이나에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에서 탈퇴하면서 보유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에 넘긴 바 있다.

푸틴은 지난해 12월 핵전쟁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협박했고, 이달에는 그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안보위원회 부책임자가 핵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푸틴과 사이좋게 총리, 대통령 직을 번갈아 맡기도 했던 메드베데프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밀리고 있다면서 이는 "핵전쟁 발발을 도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는 "핵 열강은 그들의 운명이 걸린 주요 갈등에서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면서 서방 정치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의 지난해 11월 정보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 군관계자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놓고 논의했지만 푸틴이 아직 핵무기 사용을 승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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