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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숫자에 불과...1세대 전위예술가 성능경 '예술행각' 재개

뉴시스

입력 2023.02.22 11:11

수정 2023.02.22 11:11

기사내용 요약
이건용과 70년대 풍미…"이벤트 예술은 소통의 도구"
백아트서울서 개인전…197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전시
5월 국립현대미술관 단체전~내년 LA 해머미술관서 전시

백아트 서울, 성능경 작가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백아트 서울, 성능경 작가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는 미술과 생활 간의 경계를 허물고 작가의 아우라(후광)를 벗겨내고자 한다."

성능경(79). 1970년대를 풍미했다. 지금은 뒤로 그리는 그림 '하트'로 유명한 이건용 작가와 한패였다. 단색조 회화가 국내 화단을 지배하던 1970년대 초 전위미술로 화단을 깜짝 놀라켰다. ST그룹 회원으로 Space and Time의 약자인 모임 답게 공간과 시간이라는 개념을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성능경의 대표작은 '신문 오리기 퍼포먼스'다. '1974. 6. 1 이후'라는 제목으로 벽면에 하얀 패널 4장 준비하고, 신문을 네 장 붙이고, 매일 가서 기사만 오려내는 '이벤트'였다. 신문과 사진 등의 매체를 주로 활용해 주제를 전달하는 그의 작업은 탈장르적인 개념미술로 분류된다. 시대에 따라서는 권력에 대한 저항, 신체 회복의 표현, 일상에 대한 주목이다.

성능경 작가가 1976년에 펼친 행위예술 ‘신문읽기 퍼포먼스’ 사진=경기도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능경 작가가 1976년에 펼친 행위예술 ‘신문읽기 퍼포먼스’ 사진=경기도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74년 유신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시기, 통제와 억압에 대해 비판하는 '조용한 반항'을 온 몸으로 전하는 자생적인 '개념미술'이었다. 그의 체제 비판적 성향은 여전하다. 지난 2015년 윤진섭이 기획한 '한국미술의 거장 3인의 동거동락(同居同樂)'전에서 김구림 이건용화 함께한 성능경은 '사색당파' 작품으로 한국 정치를 겨냥하며 자유로운 정치 발언과 대화의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는 현실을 야유하기도 했다.

한국 미술의 1세대 전위예술가로 유명세를 탔지만 세월은 급변했다. 80년대 민중미술 대세속 성능경에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지만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배우 고 강수연의 어록은 그에게도 딱 맞는 말이었다.

2015년 남산한옥골 전시때 성능경을 만난 윤진섭 평론가가 '그 배고픈 시절 정신병원 통원치료까지도 했는데 돈이 되는 미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는 내 예술이 중요했어요. 예술을 한다고 해서 돈 버는 게 나쁠 건 하나도 없죠. 돈 버는 게 왜 나쁘겠습니다. 다만 예술로 돈을 벌고자 했을 때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영어로 창녀라는 글자인prostitute의 두 번 째 뜻이 뭐냐면, “돈을 위해서 예술의식을 굽히는 화가”라고 나와 있어요. 언어라는 게 다 역사성이 있는 거 아닙니까? 내가 돈을 목적으로 예술 행위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prostitute가 되는 지름길인 거죠. 그런데 그런 지름길을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내가 예술가라고 타인에게 명칭을 부여받고 스스로 주장할 수 있으려면, 그것은 조금 탈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려서 파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다만 그것만이 목적이 되면 문제가 되는 겁니다."

백아트 서울, 성능경 작가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백아트 서울, 성능경 작가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백아트서울, 성능경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백아트서울, 성능경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팔순이 된 성능경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백아트(BAIK Art) 서울에서 성능경 개인전 '아무것도 아닌 듯… 성능경의 예술 행각'을 시작으로 전시가 이어진다. 5월 국립현대미술관 단체전, 9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 기획전, 2024년 2월부터는 로스앤젤레스의 해머미술관에서 전시가 열린다.

그는 "예술은 감동의 도구가 아니라 소통의 도구"라고 강조한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아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쁨을 느낀다. 그것이 내가 정의하는 개념이고 내가 추구하는 예술이다."

'성능경의 예술행각'을 펼치는 백아트 서울 전시에서는 1970~1980년대 초반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사진 작품들부터 최근작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끽연'(1976), '수축과 팽창'(1976), '손'(1976) 등과 백두산 생수병을 이용한 '백두산'(2018), '그날그날 영어(Everyday English)>(2003-2018)' 연작, 여전히 매일 작업하고 있는 '밑 그림'(2020) 연작 등을 선보인다.


특히 '그날그날 영어'는 수년간 신문에 연재되었던 영어 교육 섹션을 스크랩하고, 여기에 작가가 직접 공부한 흔적을 남기고 그림을 남긴 연작이다. 초기에는 심플한 형태를 보였으나, 점차 글자와 콜라주가 정교해지고 한 장의 또 다른 작품이 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개막일인 22일 오후 5시 성능경의 진짜 퍼포먼스가 열린다. 전시는 4월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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