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 3% 유지' 법제화
野 복지예산 지출 지장 이유로 신중론
양곡관리법, 난방비 감축법, 학자금 무이자법도 '재정 부담'
[파이낸셜뉴스] 정부·여당이 재정 건전성 기조를 본격화하면서 야당과 상임위 곳곳에서 입법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재정준칙 법제화'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반면 민주당이 본회의로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추진 중인 '난방비 감축법', '학자금 무이자 상환법'은 재정 부담을 줄 수 있어 정부·여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정준칙 법제화 3월 처리 가능할까
22일 국회에 따르면 2월 임시국회 내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공청회 실시가 불발되면서 정부·여당은 3월 임시국회를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예산안 및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의 비율을 3%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국가채무비율 60% 초과 시에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2% 이내로 정해뒀다.
정부·여당은 나라빚이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 관리를 위해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재정준칙을 법에 담을 경우 복지예산 지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측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 등 부자 감세를 하는 상황에서 긴축 재정까지 하면 복지 예산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재정은 정부 성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실효성 측면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개정안에 예외조항이 있는 만큼 재정준칙 법제화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관리재정수지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 여건 변화를 반영해 재정수지 허용한도를 5년마다 재검토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달았다.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당 측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금 돈을 풀고 싶은데 법제화되면 안 되니 발목 잡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이 당론으로 법제화를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만큼 정부는 3월 임시국회에서 야당 설득을 이어갈 예정이다.
양곡관리법·난방비감축법도 재정부담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본회의 직회부를 강행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정부·여당에게는 난관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4가지 중재안을 내놓으며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야가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중재안은 정부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시장격리 의무 조항'을 일부 완화하는 내용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하도록 했는데, 퍼센티지를 일부 조정하거나 시장 격리는 재량으로 유지하되 요건이 되면 국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두자는 것이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는 김 의장과 회동을 갖고 3월 임시국회 개회일 및 양곡관리법 처리 등을 두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난방비 지원과 관련된 도시가스사업 개정안을 두고 여야 간 기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개정안을 검토했으나 재정 투입 규모를 두고 이견 차이를 보였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국민 80%에 난방비 지원을 지급하자며 약 7조원 가량의 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중산층까지 난방비를 지원하는 것은 힘들다며 추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與·정부 반대에도... 野 "
교육위원회에서도 이날 여야가 재정건전성을 두고 격돌했다. 민주당이 김민석 의원의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법'을 당론으로 설정하고 대여 압박에 나서며, 여야 공방이 격화됐다. 대학생들의 안정적인 경제 생활을 위해 현행 1.7%인 학자금 대출 이자를 정부 재원으로 모든 계층의 학생들에게 지원하거나(강민정 민주당 의원 안) 취업 등의 이유로 연간 소득액이 상환기준소득을 초과하기 전까지 발생한 이자를 지원(김민석 민주당 의원 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기재부가 이를 두고 '선심성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맞춰가는 분위기다. 정부가 제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강 의원이 제출한 전액 이자 지원 사업의 경우 향후 10년간 약 1조49억원이 들기에 몸집을 줄이려는 현 정부의 재정 기조와 상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김 의원의 안이 민주당 의원들의 강행 처리로 통과되면서 분위기가 급랭됐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법안을 두고 지속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강행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반발해 전원 퇴장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고려하고 있다. 여당 측 관계자는 "어떤 법안인지 논의하고 심의하기 위해 법안소위에 상정됐는데, 민주당에서 일방적·다수결로 처리한 것은 의사 폭력"이라며 "정부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고, 대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굉장히 많은 법이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인데, 젊은 층 표만을 노리고 처리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음 전체회의에 넘어가게 되면 부당성 등을 명확하게 제기하고, 법사위에서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을 위해 전체회의를 소집한다고 하면 협조할 수 없다. 대통령 거부권 건의 여부는 지도부와 협의를 해야하지만, 그 전까지 최대한 제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stand@fnnews.com 서지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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