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戰 1년' 더 격해진 美·러 설전… 中, 평화 중재 나서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2 18:22

수정 2023.02.22 18:22

푸틴 "확전 책임 서방에 있어"
핵무기 군축조약 참여 중단 선언
바이든 "나토 강력…러 필패"
24일 전후 新대러제재 발표 계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로열 캐슬 가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로열 캐슬 가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AP 뉴시스
'우크라戰 1년' 더 격해진 美·러 설전… 中, 평화 중재 나서나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가운데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까지 우크라 문제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태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푸틴 "러시아를 패배시킬 수 없어"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로브 전시장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우크라가 서방과 결탁해 러시아를 위협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푸틴은 "우크라가 전쟁 이전부터 서방과 무기 공급에 대해 의논했다"면서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서방이고, 이를 억제하려 한 것은 우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지역 분쟁을 글로벌 분쟁으로 확대하려 한다"며 "우크라에서 확전의 책임은 서방 엘리트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푸틴은 "국민 대다수가 돈바스(우크라 동부 지역) 방어를 위한 우리 작전을 지지한다. 우리를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서방의 경제 제재를 언급하고 "서방은 우리 경제를 패배시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물가 상승을 자초했다"면서 "러시아의 경제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견고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맺은 핵무기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영국 및 프랑스의 핵무기를 통제한다면 복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푸틴은 미국이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중이라면서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러시아는 승리할 수 없어"

전날 우크라를 깜짝 방문했던 바이든은 푸틴의 연설 이후 몇 시간 뒤 폴란드 바르샤바 왕궁 정원의 쿠비키 아케이드에서 연설했다. 2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들과 만난 바이든은 연설에서 "우크라에 대한 우리의 지원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있어선 안 된다"며 "나토는 분열되지도 지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가 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은 "나토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면서 "나토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과 (나토 헌장) 5조가 견고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토 헌장 5조는 집단 방위를 규정한 조항으로 회원국 중 하나라도 적에게 공격 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모든 회원국이 무력 및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은 같은날 먼저 진행된 푸틴의 국정연설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파괴를 추구하지 않으며, 공격하려는 계획도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 개전 1주년인 24일을 전후로 새로운 러시아 제재를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이번주 안에 미 재무부와 국무부가 약 200개 러시아 단체 및 관계자를 상대로 신규 제제를 발표한다며 러시아 정부 관료와 국방 관련 기업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유럽연합(EU) 역시 러시아를 상대로 11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수출 금지 조치 등을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 부장관은 20일 연설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 회사들과 은행들 역시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 내내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첨단 전자제품과 군수물자를 수출하며 러시아 천연자원을 사들였던 중국은 전쟁 1주년을 맞아 평화 중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WSJ를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이날 보도에서 서방이 점차 우크라에 중화기 공급을 늘리면서 중국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러시아와 함께 서방과 맞서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지나치게 약해지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미중 '평화 중재' 자처할까

중국의 외교 부문을 총괄하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지난 18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중국이 그동안 중립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24일 중국 정부가 이른바 '시진핑 제안'이라고 불리는 우크라 평화 협상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알렸다. 왕이는 21일 러시아를 방문해 우크라 문제 등을 논의했다. 같은날 WSJ는 관계자를 인용해 시진핑이 오는 4월이나 5월 초에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직접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의 마지막 러시아 방문은 2019년 6월이었다. 관계자는 시진핑이 푸틴과 대화에서 우크라 평화 해법 및 핵무기 사용 금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평화안에 대한 핵심 요소를 우리에게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가 지난해 제시한 평화협상 조건과 시진핑 제안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제안을 검토하겠지만 영토는 양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WSJ는 중국이 2000년대 초반 북한의 핵무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 회담을 주도하는 등 국제적인 평화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며, 우크라 사태에서도 비슷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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