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서상혁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 허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법인지급결제는 증권업계의 숙원사업으로 그동안 은행권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23일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TF 과제 중 하나로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 허용을 발표했다"면서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이 독점해온 법인지급결제를 증권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인지급결제란 기업 자금이 지급결제망을 통해 지급되고 결제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증권사는 법인지급결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인 고객은 증권사와 업무 처리를 할 때 은행의 가상계좌를 거쳐야 한다. 증권사도 고객도 일 처리를 이중으로 진행해야 한다.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된다면 법인은 증권사 계좌를 지금의 은행 계좌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법인지급결제는 증권업계의 숙원사업이다. 이를 통해 법인 고객 서비스를 확대해 기업금융(IB)과 연결고리도 만들 수 있다. 또 급여통장이 만들어지면, 증권사 퇴직연금 시장으로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2006년 자본시장통합법이 만들어지면서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이 포함됐다. 당시 증권사들은 법인지급결제 업무 허용까지 감안해 산정된 3375억원의 결제망 특별참가금까지 지불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반대로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계좌(CMA)만 허용하는 중재안으로 합의됐다. 금융권은 증권업 특성상 유동성이나 결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재벌의 사금고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2006년과 달리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크게 늘었고,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예탁금담보대출로 유동성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 금산분리가 철저한 상황에서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 역시 기우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요구하는 '투자일임' 허용과 증권의 '법인지급결제' 허용이 맞교환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현재 은행권은 금융 전문가에게 투자를 위탁하는 '투자일임'을 허용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은행권 규제 개선 의지에 따라 지난해부터 국회에서도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 논의가 이뤄졌다"면서 "사실상 법인지급결제 허용의 결정권을 가진 한국은행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TF와 실무작업반 운영을 통해 6월 말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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