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다수는 마일리지 혜택 증가" 일리 있는데…대한항공이 놓친 것

뉴스1

입력 2023.02.23 06:15

수정 2023.02.23 06:15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대기하고 있다. 2023.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대기하고 있다. 2023.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대한항공의 회원 마일리지 등급인 모닝캄과 스카이패스가 안내되고 있다. 2023.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대한항공의 회원 마일리지 등급인 모닝캄과 스카이패스가 안내되고 있다. 2023.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대한항공이 4월 시행 예정이던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을 재검토한다. 개편안을 두고 '개악'이라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정부 여당까지 날을 세우자 백기를 든 셈이다.

대한항공은 개편안으로 대다수 회원의 혜택이 증가한다는 점을 들어 돌파를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그런데 회사측의 주장은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하는 승객 4명 중 3명은 개편안으로 혜택이 늘어나는 중단거리 노선 이용객이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

◇ 장거리 혜택 줄고, 단거리 혜택 느는 개편안

23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현재 마일리지 공제는 국내선 1개와 동북아시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국제선 4개 지역으로 나눠 차등 공제한다. 이를 앞으로 운항 거리에 따라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세분화한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개편안으로 보너스 항공권 구입을 위해 장거리 노선은 더 많은 마일리지를, 중단거리 노선은 더 적은 마일리지를 쓰게 된다.

대표적인 장거리 노선인 인천~뉴욕 편도 이코노미석 항공권은 개편 전 3만5000마일에서 개편 후 4만5000마일로 변경된다. 단거리 노선인 인천~후쿠오카 일반석은 개편 전 1만5000마일에서 개편 후 1만마일로 바뀐다.

대한항공은 기존 마일리지 제도는 장거리 노선에 혜택이 집중돼 있다며, 개편안으로 중단거리를 이용하는 대다수 회원 혜택이 증가한다고 해명해 왔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실제로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 중 국내선 이용 고객 비중은 50%에 가깝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고객까지 포함하면 76%다. 이들은 당초 대한항공의 개편안대로라면 더 적은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또 전체 스카이패스 회원 90%는 3만마일 이하의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다. 개편안으로 혜택이 줄어드는 예시로 많이 나온 인천~뉴욕 노선 보너스 항공권 구매가 가능한 회원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공제 폭은 해외 항공사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8구간)을 기준으로 대한항공 일반석 왕복은 개편 전 7만마일, 개편 후 8만마일이다. 동일한 구간에 해당하는 델타항공의 인천~시애틀 노선은 13만~15만마일이 필요하다. 유나이티드항공 인천~샌프란시스코는 13만7000~16만마일이다.

◇ '마일리지족' 충성 고객 배신감…원희룡 "빛 좋은 개살구"

대한항공의 설명처럼 스카이패스 회원 대부분은 인천~뉴욕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할 수 없다. 다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개편안이라는 해명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혜택이 줄어드는 그 '일부' 회원들이 마일리지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도 대한항공을 선택하는 이른바 '마일리지족'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일리지족은 '마일리지로 뉴욕 가기' 등을 버킷리스트로 삼고, 대한항공 항공권뿐 아니라 마일리지 전용 신용카드를 애용한다. 하늘길이 막힌 코로나19 기간에도 꼬박꼬박 신용카드를 쓰며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았다.

코로나 충격이 가시고 해외여행이 활성화하면서 마일리지족은 국제선 보너스 항공권 구매에 나섰다. 소비자들은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수시로 검색했으나, 좌석을 구할 수 없었다.

내 돈으로 쌓은 마일리지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인데, 곧 있으면 아껴뒀던 마일리지가 제도 개편으로 헐값이 된다고 하니 이 '충성 고객'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마일리지에 대해 '빛 좋은 개살구'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국토부는 항공사들에 마일리지 좌석 비율을 편당 5% 수준으로 권고한다. 대한항공은 국토부 권고를 준수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보너스 항공권 좌석 비중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다시 마련할 개편안에서 보너스 항공권 좌석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인기 있는 장거리 노선 위주로 보너스 좌석을 우선 배정하는 추가 항공편도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항공사는 대부분 마일리지 유효 기간이 1~2년에 불과하고, 마일리지 제도도 수시로 개편해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자체는 외항사에 비해 고객들에게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번 개편 과정에서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