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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못 넘은 구현모… KT ‘디지코 전략’ 수정 불가피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3 18:16

수정 2023.02.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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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서 연임 포기 의사 밝혀
지배구조 흔들기에 결단한 듯
차기대표, 외부인사 발탁 무게
디지털플랫폼 전환 전략 흔들
외풍 못 넘은 구현모… KT ‘디지코 전략’ 수정 불가피
연임 의지를 피력해 온 구현모 KT 대표가 돌연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 사퇴를 밝히면서 'KT에 대한 외풍 진화'를 택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임 도전 이후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반대에 이어 정치권과 정부까지 KT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결국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연임 포기'를 결단했다는 분석이다.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3년 간 추진해 온 핵심 경영전략인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의 전략과 정체성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T 안팎에선 차기 대표로 외부 인사를 중용할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현모, '외풍'에 '자진사퇴'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이번 연임 포기 결정을 앞두고 외부 압력으로 인한 KT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KT 차기 대표 경선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를 지적한 국민연금은 3월 정기 주총에서도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현미경 검증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지침)를 예고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언급하며 국민연금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KT 이사회는 지난 9일 기존안을 백지화하고 차기 대표를 재공모하기로 결정했다.

재경선 결정 이후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신과 KT 지배구조에 대한 외풍이 거세지자 후보군 사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사외인사 유력"…디지코 정체성 흔들리나

업계에선 이번 재공모 절차 모집에 지원한 사외 인사 중에서 최종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정치권이 간접적으로 KT 경선 절차를 지적한 만큼 외부 인사가 중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KT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선임 절차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던 만큼 구 대표의 입장에서도 정무적인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차기 대표는 외부 인사에서 뽑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했다. 후보자로 지원한 외부인사 18명 중 여권 인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

아울러 2002년 3월 KT 민영화와 함께 취임한 이용경 전 초대 사장과 2005년부터 2008년까지 KT를 이끈 남중수 전 사장 재임 기간 이후 약 12년 간 KT 대표 자리는 외부 인사 몫이었다.

이석채 전 회장(2009~2013년), 황창규 전 회장(2014~2020년)은 외부 인사 출신이었다.

구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디지코 전략도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 대표가 발굴한 디지코는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 사업을 비롯해 금융·미디어콘텐츠 등 비통신 사업을 축으로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전략이다.

구 대표의 연임이 불발되면서 디지코 전략에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차기 대표가 누가 되든 구 대표의 전략을 그대로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외부 인사가 선임된다면 일부 수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등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임수빈 기자

jhyuk@fnnews.com 김준혁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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