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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쑥도 참깨 사이에서는 곧게 자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3 20:25

수정 2023.02.23 20:25

[fn광장] 쑥도 참깨 사이에서는 곧게 자란다

서울행정법원이 2023년 2월 20일 학교폭력 사건 전담 재판부를 신설했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가진 판사들로 구성된 전담 재판부 신설은 학교폭력 사건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어서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학교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고, 현실에서 학교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났던 학교폭력 사건을 다룬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으며,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과거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폭로로 하차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초등 4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재학생 전체(약 387만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피해 응답률은 1.7%, 가해 응답률은 0.6%로 전년도 대비 각각 0.6%p, 0.2%p 상승했다.

이는 학교폭력이 증가했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피해 응답률과 가해 응답률의 격차가 크다는 걸 보여준다. 이러한 격차는 '장난이나 화풀이, 먼저 괴롭혀서'라는 가해 이유에서 보듯이 가해학생들이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나 상대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는 걸 시사한다. 그럼에도 피해학생에게 '그러게 네가 조심했어야지' '왜 범인 앞에서 무방비하게 굴었냐' '무슨 관심을 끌 만한 짓을 했지' 하는 말들은 마치 사건의 원인이 피해학생에게 있는 것처럼 해석되어서 또 다른 상처를 주는 2차 가해가 된다. 또 피해학생이 대항할 힘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데, 이는 피해학생을 가해자로 만드는 순환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04년 학교폭력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여러 차례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이 나왔는데도 현실은 잘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폭력은 다른 폭력 사건과 달리 사건이 발생한 이후 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 피해자와 가해자가 학교 혹은 교실이라는 같은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 양자 간의 문제로 보기보다 학교라는 공간의 문제로 접근해 학생들이 학교환경에 대하여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단 안에서 서로 일체화하려는 정도를 집단응집력이라고 하는데 공간의 집단응집력은 학교폭력과 상관성이 크다. 집단응집력이 낮은 학교에서는 친구 간에 양보하는 태도를 보이는 학생의 피해율이 오히려 상승했고, 이에 반해 집단응집력이 높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안전감과 친밀감을 느끼며 폭력적인 행동이 감소했다. 노르웨이의 학자 올베우스가 제안한 교사와 학생,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장기간 프로그램의 목적은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이었으며 프로그램 실행 결과 교우관계가 개선되고 학교폭력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학교폭력은 대처보다 예방이 중요하며, 학교폭력의 책임은 학생이 아니라 학교에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교육프로그램보다, 모든 학생과 학교 전체가 참여하는 보편적 예방프로그램이 더욱 효과적이다. 쑥도 참깨 사이에서는 곧게 자란다고 한다.
학교폭력을 학생들의 문제로 치부하기에 앞서 학교가 폭력을 용인하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소영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