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도요타는 20년 이상 하이브리드를 개발해왔고 전 세계에 보급해왔습니다.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하이브리드를 만들었고 더욱 안전한 차량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도요타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1일 한국도요타가 라브(RAV)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국내에 선보이며 한 말이다. 라브4 PHEV는 '전동차 시장의 지각생'이라는 도요타 평가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출시행사 다음날(2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경기 남양주 소재 한 카페까지 편도 거리 약 30㎞를 라브4 PHEV로 시승했다.
◇전기·가솔린 활용하는 4가지 모드…전기차 못지않은 가속감
"전기차와 똑같은데?"
처음으로 가속 페달을 밟고 든 생각이다. 일평생 가솔린 차량만 운전하다 전기차를 처음 탑승해 본 운전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뱉는 키워드는 '조용함'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 없기 때문에 엔진 소음이 없다. 이를 두고 '운전하는 맛'이 없다고 표현하는 운전자들도 있겠지만 '조용한 맛'은 전기차의 큰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라브4는 하이브리드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전기차스러웠다. 도요타는 이를 도요타다운 전동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모델에 적용된 PHEV는 전기차와 같이 외부 배터리 충전을 통한 전기차 모드와 기존의 가솔린 주행 모드가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뜻한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속도가 붙는 전기차 특유의 힘 있는 가속감이 궁금했다. 시원한 가속감은 우수한 전기차를 판가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가속 페달을 밟자 순식간에 속도가 붙었다. 금세 도로 제한속도를 뚫고 나갈듯 계기판 디스플레이 속 숫자가 맹렬히 올라갔다. 내연기관 차량을 이용할 때는 못 느낀 시원한 가속감이다. 도요타는 엔진의 간섭을 받지 않고도 최대 135㎞까지 가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계기판에는 초록색 'EV모드'가 여전했다. 라브4 PHEV에는 4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엔진 개입이 없는 순수한 EV(전기차) 모드, 엔진을 활용한 HV모드, 필요에 따라 엔진과 모터 사용량을 조절하는 오토 EV/HV모드, CHG HOLD모드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륜구동 시스템도 보였다. 계기판에서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출력이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도 볼 수 있다. 라브4 PHEV는 엔진과 모터의 조합을 통해 최대출력을 306마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구동력은 상황에 따라 앞바퀴와 뒷바퀴에 100대 0에서 20대 80까지 배분된다.
◇전기차 모드로 최대 63㎞ 달린다…가솔린모드 전환도 '조용하게'
이번 모델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EV모드로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였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고 복합 모드로 운전할 때 최대 63㎞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도요타가 왕복 60㎞ 거리의 주행 코스를 정한 이유 역시 오롯이 전기차로 주행하는 맛을 느껴보라는 의도가 숨어 있다.
잠실에서 주행을 시작할 때 계기판에 뜬 주행가능 거리는 64㎞였다. 주행할때마다 거리가 줄어드는 방식이다. 약 30㎞ 떨어진 남양주의 카페를 도착할 때 기준으로 거리가 36㎞까지 줄어들었다.
대략 28㎞분의 전기를 사용했다는 의미인데 성능을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속도를 낸 구간과 교통 체증으로 감속한 구간이 복합적으로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거리에 비해 전기를 적게 먹은 셈이다. 남양주에서 다시 잠실로 가는 데는 23㎞ 정도를 썼다.
HV모드와 EV모드의 차이를 보기 위해 아쉬움을 삼키고 막바지 2분 정도를 HV모드로 전환해 주행했다. HV모드로 주행하는 과정에서 배터리가 충전돼 EV모드 주행거리가 1㎞ 늘었다.
가솔린 주행은 기존 차량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조용한 전기차에서 내연기관 차량으로 전환하자 체감이 크게 됐다.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쏜살같이 튀어나갔는데 가솔린에서는 오히려 차가 밀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특유의 운전모드를 전환할 때 생기는 울렁거림은 없었다.
◇아쉬움 남는 디테일…사소한 차이에서 갈렸다
사용자 편의를 반영했다는 내부 디테일에서는 되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행에서 만족도가 컸던 만큼 사소한 디테일이 주는 아쉬움이 부각됐다.
이번 모델에는 도요타 브랜드 라인업 최초로 '도요타 커넥트'가 적용됐다. LG U+의 인터넷망을 쓰는 통신형 내비게이션을 통해 실시간 교통서비스, AI 음성인식 시스템, 음악 스트리밍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다. 디스플레이가 기존보다 1인치 늘어난 8인치라고는 하지만 베젤이 필요없이 넓은 탓에 화면이 매우 작게 느껴졌다. 베젤은 스마트폰 같은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장치의 검은색 테두리를 말하는데 베젤이 넓게 되면 상대적으로 화면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화면전환 속도도 아쉬움이 남았다. 라브4의 내비게이션 화면은 터널과 같은 어두운 상황에서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데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가령 터널을 빠져나왔는데도 1~2초간 터널 내에서의 밝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전동식 트렁크의 반응속도도 느렸다. 양손에 짐을 들 때 발짓만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Hands-free Tailgate) 기능이 탑재됐으나 움직임을 바로 인식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하단 범퍼 양쪽 끝에서 여러 번 발짓해야 겨우 트렁크가 열리고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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