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 사설] 통신 3사 과점 깨려면 제4통신사 진입 장벽 더 낮춰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4 14:09

수정 2023.02.24 14:09

통신 3사의 과점체계를 깨기 위한 정부의 제4통신사 선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매장에 붙어있는 통신 3사 로고.뉴스1
통신 3사의 과점체계를 깨기 위한 정부의 제4통신사 선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매장에 붙어있는 통신 3사 로고.뉴스1


[파이낸셜뉴스] 가격은 비싼 반면 서비스는 엉망인 통신 시장의 과점 구조를 깨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금융·통신 분야 경쟁 촉진 방안'을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 위원장은 "금융·통신 산업은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적 시장구조로 고착화돼 있다.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고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울수록 사업자들의 지대 추구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독과점이 장기간 지속된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금융·통신 분야 경쟁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지시한 지 8일 만에 경쟁당국이 답을 내놓은 것이다.



공정위의 대책은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을 견제할 수 있도록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독립·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맞춰졌다.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중 알뜰폰 가입자 비중은 13%정도로 4년 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통신 3사 자회사인 5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통신 시장 경쟁 촉진 정책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회수한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주파수를 활용할 제4통신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40.1%), KT(22.3%), LG유플러스(20.7%) 등 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이 80%를 훌쩍 넘는다. 여기에 통신 3사의 자회사인 주요 알뜰폰 사업자까지 합치면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은 95% 이상이다.

우리가 볼 때 통신시장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만들 '메기 한 마리'가 필요하다.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재를 해소하려면 제4 통신사의 진입을 허용하는 이외에 딴 방법이 없어 보인다. 다만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관건이다. 초기 망 구축 비용을 기존 1조원 수준에서 3000억원 정도로 줄여주고, 수도권·강원권·충청권 등 특정 권역을 선택해서 기지국을 집중 설치할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7차례에 걸쳐 시도했지만 무산된 까닭을 돌이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통신사업은 전형적인 규제 산업으로 투자 규모 대비 수익이 낮다. 지난해 역대급 영업이익을 낸 통신3사의 통신관련 영업이익률이 6~8%에 불과한 것이 그 방증이다.

현재 제4통신사 후보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롯데, 신세계 등 통신 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통망에다 자본력까지 갖춘 대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타당성을 따져볼 예정이다”라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알뜰폰 회선의 40%를 사용하는 자동차 회사의 진출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알뜰폰 보다 비싼 망 구축 및 유지 비용이 걸림돌이다.
20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는 3사 과점 체제를 손봐야 할 때가 됐지만 수익성과 사업 확장 가능성이 낮고, 정부 개입이 뻔히 예상되는 규제산업에 발을 들여놓기를 꺼리는 기업의 망설임을 먼저 헤아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