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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득한 풀바디 와인인데 화려한 풍미에 발랄함까지..1752 가르나차 틴토레라 매력있네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4 11:16

수정 2023.02.24 11:16

톡톡 이 와인-1752 가르나차 틴토레라
찐득한 풀바디 와인인데 화려한 풍미에 발랄함까지..1752 가르나차 틴토레라 매력있네

찐득한 풀바디 와인인데 화려한 풍미에 발랄함까지..1752 가르나차 틴토레라 매력있네

[파이낸셜뉴스] 가르나차 틴토레라(Garnacha Tintorera) 와인이 이렇게도 고급스럽고 발랄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모처럼 경험했다. 가르나차 틴토레라는 가르나차(Garnacha), 그르나슈(Grenache)로 불리는 레드 품종 포도로 검붉은 색 과실 풍미가 좋지만 산도가 낮은 게 특징이다. 때문에 가르나차 틴토레라만으로 좋은 와인을 빚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와인의 골격이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일과 17일 총 3차례에 걸쳐 시음한 스페인 중부 카스티야 라만차주 호야 곤잘로(Hoya Gonzalo) 지역에서 보데가스 엘 타니뇨(Bodegas el Tanino)가 생산하는 프리미엄 와인 '1752 가르나차 틴토레라 2017(1752 Garnacha Tintorera 2017)'를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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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타니뇨는 지난 2006년 1월 호야 곤잘로(Hoya Gonzalo), 친칠라 드 몬테아라곤(Chinchilla de Montearagon), 이게루엘라(Higueruela), 보니에 포조 카냐다(Bonete y Pozo Canada) 지역의 여러 와인 관련 회사들이 DO 알만사(D.O. Almansa)에서 공동으로 설립한 와이너리다.
이 와이너리 인근에서 기원전 5세기 경 제작된 '말을 탄 이베리아 기마 전사' 조각상과 이 조각상이 새겨진 동전이 발견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조각상은 이후 엘 타니뇨 와이너리의 상징이 돼 라벨에 등장하고 있다. 브랜드명 1752는 호야 곤잘로가 설립된 시기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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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2 가르나차 틴토레라 코르크를 열면 진한 검은색 과실 풍미가 일품이다. 코르크와 함께 뽑혀 올려진 농축된 향이 마치 몽글몽글 덩어리진 채 돌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잔에 따라보면 역시 정말 검은 색이다. 테두리에 살짝 비치는 보랏빛만이 가르나차 틴토레라임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짙다. 잔을 흔들기도 전에 올라오는 주된 향은 검은 과실향이다. 이어 민트향, 트러플 향과 함께 연유향도 스쳐간다.

잔을 기울이자 부드러운 풍미의 찐득한 액체가 혀를 누르는 순간 약간의 반전이 일어난다. 블랙 계열의 과실 뿐 아니라 아주 신선한 레드 계열 아로마가 더 강하다. 가르나차 틴토레라는 색깔과 달리 레드 계열 아로마가 특징인데 역시 태생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인 가르나차 틴토레라 와인이 아니다. 산도가 굉장히 좋다. 가르나차 틴토레라는 풀바디에 과실 풍미가 굉장히 좋지만 덥고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 탓에 산도가 낮다. 그래서 톱 생산자가 아닌 일반적인 와이너리가 가르나차 틴토레라만으로 와인을 만들면 생기없는 와인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1752 가르나차 틴토레라는 산도가 상당히 좋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와이너리가 400~700m의 높은 곳에 위치해 일교차가 20~30도까지 차이가 난다. 낮에는 자갈밭으로 이뤄진 토양이 달궈져 온도가 더 올라가지만 밤에는 굉장히 서늘한 북풍 시에르조(Cierzo)가 불어와 온도를 뚝 떨어뜨린다고 한다. 1752 가르나차 틴토레라의 산도가 좋은 이유다.

1752 가르나차 틴토레라 와인의 반전은 또 있다. 오크 향과 타닌이 거의 없다. 입에서 살짝 스쳐갈 뿐 존재조차 희미하다. 색깔과 향만 보고 미뤄짐작했다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수령이 50~60년 된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일일히 손수확을 통해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올드 바인에서 나는 포도는 타닌이 적고 묽어 오크 터치를 과하게 하기 힘들다.
진하면서 부드러운 풍미가 바로 여기서 온 것이었다. 실제로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지고 나면 스모키 한 느낌의 연유향과 검붉은 과실향, 좋은 산도가 피니시로 마무리된다.


알코올 도수 15%의 찐득한 풀바디 와인인데 입에서는 무겁지 않고, 산도까지 훌륭한 독특한 와인이다.
찐득한 풀바디 와인인데 화려한 풍미에 발랄함까지..1752 가르나차 틴토레라 매력있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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