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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학폭' 국수본부장 사퇴 압박..여권조차 불신임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5 13:38

수정 2023.02.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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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검찰 출신 변호사가 임명됐다. 사진=뉴스1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검찰 출신 변호사가 임명됐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와 같은 당 경찰출신 의원이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이 논란이 된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의 즉각 사퇴를 25일 촉구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2대 국수본부장에 임명된 정 변호사는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에게 지속해서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가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정 변호사는 26일 국수본부장으로 2년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SNS에서 "학교폭력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처분에 불복해 수차례 소송을 내고 모두 패소한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아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면하게 하기 위해 검사 출신 법조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곽상도 전 의원, 조국 전 장관 사건에서 국민께 큰 박탈감을 드렸던 '아빠 찬스'의 악몽이 되살아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인사 검증 시스템, 나아가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붕괴하게 둘 수 없다고 천 후보는 주장했다.

천 후보는 경쟁 주자인 김기현, 안철수, 황교안 후보에게도 정 수사본부장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경찰 출신인 같은 당 권은희 의원도 SNS에 "아들의 심한 가해 사실을 알고서도, 오히려 뒷심이 돼 줬다. 법과 원칙을 집행하는 국수본부장 자격이 없다"며 "피해 학생과 가족들의 피해 치유를 위해, 경찰이 전담하는 학교폭력 수사의 엄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신임 본부장은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정 본부장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창원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한편, 정 변호사는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식의 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피해 학생과 부모님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2017년 한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던 정 변호사의 아들은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달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학교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부모로서 피해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했지만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보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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