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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깜깜이·모르쇠 인사검증, 언제까지 반복할 텐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6 19:47

수정 2023.02.26 19:47

지난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사퇴했다. 정 변호사는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의 임명과 사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제기할 문제는 반복되는 인사검증의 실패다.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던 정 변호사의 아들은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가해 전학 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가족관계를 조금만 더 꼼꼼하게 들여다봤다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문제였다.

음주운전 이력으로 임명 전부터 부적격이라는 비판을 받다가 결국 사퇴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성희롱 논란으로 물러난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자녀 특혜 문제로 사퇴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의 검증실패 문제로 윤석열 정부가 코너에 몰렸던 게 겨우 반년 전이다.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 또한 아들의 학폭 문제를 잘 알고 있었을 정 변호사가 추천에 응한 것도 잘못이다. 더욱이 3만 수사 경찰을 총괄하는 책임자이면서 학폭 문제에도 관여할 국수본부장 아닌가. 자격이 부족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천거를 사양했어야 마땅했다.

이와는 별개로 국수본부장에 검사 출신 변호사를 앉히려 했다는 사실 자체도 논란이었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어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검찰이 경찰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고, 임명되었다면 수사의 중립성 문제도 제기됐을 터였다.

이전 정부의 인사실패를 비난하면서 나쁜 선례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했던 윤석열 정부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는 전 정권과 다를 바 없고, 검증실패도 마찬가지다.
캠프 출신이 아닌 능력 위주의 탕평인사를 해야 사회통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 인사·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맡는 인사검증 절차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대통령 측근이니까 검증을 깐깐하게 하지 않는다는 의구심도 떨칠 수 없다. 아무리 최고 권력과 가까워도 부적격자를 통과시켜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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