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과학기술기업 성과 없어도 OK… 상장 문턱 낮춘 홍콩증시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7 18:10

수정 2023.02.27 18:10

유망 기업 자본조달 플랫폼 자처
中 정부 과학기술 굴기 후속 조치
첨단산업 5개분야 투자 촉진 기대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아직 이렇다 할 수입과 성과를 내지 못한 과학기술 기업도 자본조달을 위해 홍콩 증시 상장이 허용된다. 과학기술 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정부 기조의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지에미엔신문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쒸정위 홍콩 금융서비스 및 재무국장은 한 방송에 나와 "홍콩증권거래소가 '무수입·무이익' 과학기술 기업의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해 다음 달 중으로 메인보드 상장 규칙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상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중국 본토 A주와 미국 증시에 비해 홍콩 증시의 과학기술 기업 수와 시장 가치가 현저히 뒤처진다는 상황을 고려했다.

의료 및 정보과학기술 업종은 홍콩 증시에서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넘을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무수입·무이익 과학기술 기업의 증시 진입에는 한계가 있었다. 홍콩 증시는 대신, 바이오테크 기업의 경우 수입이 없어도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반대로 A주와 미국 증시에선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 하드웨어, 첨단 재료, 신에너지,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신식품·농업식품 등 분야의 기업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통신기술, 전기 및 자율주행차, 우주과학기술, 양자과학기술, 메타버스, 바이오, 나노소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증시의 과학기술 종목은 738개에 달한다. 시가총액은 85조4000억홍콩달러(약 1경4359조원) 수준이다. A주의 경우 종목 451개, 시총은 15조3000억홍콩달러에 이른다. 이와 달리 홍콩 증시는 종목이 99개, 시총은 3조홍콩달러(약 504조원)에 불과하다.

지에미엔신문은 "이번 개혁은 홍콩거래소가 더 많은 유망 과학기술 기업들에 문을 열어 자금조달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콩 증시에 과학기술 기업 수가 부족한 것은 수익과 현금흐름 등 메인보드 상장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지에미엔신문은 지적했다. 통상 초기 단계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하는 과학기술 기업은 잠재력 만으로는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또 이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감독·관리할 부서가 마땅치 않다는 리스크도 상존한다.


홍콩거래소는 과학기술 기업에 대해 제품이 유의미한 상용화(수익이 최소한의 특정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증명)를 거둔 기업과 주로 연구개발에 주력해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콩거래소 측은 "새로운 규정이 첨단산업 5개 분야에서 인재와 투자를 촉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각 방면에서 적당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차세대 선도기업의 자금 수요를 맞추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1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제3차 집단학습에서 "재정 투입을 확대하고 세수 혜택, 과학기금 설립 등 다양한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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