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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쇼크'에 육아재택 내놨지만…"문제는 집값"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1 05:00

수정 2023.03.01 05:00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로 떨어지면서 저출산 대책에 대한 방향 설정부터 다시 해야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로 떨어지면서 저출산 대책에 대한 방향 설정부터 다시 해야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0.78명. 세계 최저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육아재택이나 지원금 등 각종 대책이 거론되지만, 결국은 고공행진 중인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금성 지원금은 이미 280조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육아재택 역시 출산을 안 하기로 한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육아 재택근무 보장' 실효성 있을까

1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달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육아 재택근무 보장' 등의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등·하원 시간이나 육아 환경을 고려한 '오전 재택근무' 등 다양한 재택근무 활성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는 경직된 노동 환경이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육아재택에 대해 임신과 출산 당사자인 청년층의 반응은 엇갈린다.

30대 미혼 직장인 A씨는 "아이를 낳은 뒤 일가정 양립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다양한 제도가 있어도 결정적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결혼이나 출산을 안 하는 이유는 집값이나 사교육비 부담 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딩크족이라는 직장인 B씨는 "대출 갚느라 아이 낳을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며 "미래를 다 부동산에 저당 잡아놓고 애까지 낳으라니 한숨만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대책으로 별거 다 해도 집값이 비싸면 소용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서울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집값 오르면 결혼·출산 더 안한다

집값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는 실제 연구 결과에서 속속 증명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집값이 1% 상승하면 그 영향이 최장 7년까지 이어져 합계출산율이 약 0.014명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992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장기 시계열 자료 등으로 주택가격과 출산율의 구조 변화를 추정했다.

그 결과 주택가격 상승은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출산율 하락 반응이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가격 상승 충격이 발생하면 합계출산율 하락은 최장 7년 동안 지속되며, 1%의 가격 상승에 향후 7년간 합계출산율이 약 0.014명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 연구위원은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구조 마련을 위해서는 주택가격이 지불가능한 수준에서 형성되고 변동성이 낮게 유지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장 수요자들이 부담가능한 수준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이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조세연이 공공기관 종사자 3004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3∼2019년 주택 가격이 100% 상승할 때 응답자당 출생아 수가 0.1∼0.29명 감소했다. 특히 무주택자의 경우 같은 기간 출생아 수 감소 폭이 0.15∼0.45명으로 더욱 컸다.

결혼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주택자의 경우 주택 가격이 100% 상승할 때 같은 기간 결혼할 확률이 최대 5.7%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연은 "주택 가격의 상승이 출산에 상당한 수준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는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인 현재 상황에서는 상당히 큰 효과"라고 분석했다.

서울 중구 한 병원의 텅 빈 신생아실. /뉴스1
서울 중구 한 병원의 텅 빈 신생아실. /뉴스1
"저출산은 청년세대 비명" 실질적 지원 필요

청년 스스로 자녀를 갖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열린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저출산 문제는 청년세대의 비명 소리로 이해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만큼 출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 일에 대한 욕구, 육아의 어려움 등이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극도로 낮은 '인구소멸 수준' 출산율"이라며 "결혼을 하라고, 출산을 하라고 인식변화를 교육하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라고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또한번 전 세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정부가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출생아 수는 10년 전 절반 수준인 25만명 아래로 뚝 떨어졌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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