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지정학 위기, 불확실성 키워 달러 지위 약해질 수도"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8 16:45

수정 2023.02.28 16:45

"지정학 위기, 불확실성 키워 달러 지위 약해질 수도"
[파이낸셜뉴스] 미-중 기술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도 증가로 금융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연구원으로부터 나왔다. 각국 세력 변화에 따라 통화의 지위도 변한다는 주장이다. 또 가상자산 등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의 등장으로 인해 달러 패권이 약화할 가능성과 특히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 역시 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28일 금융연구원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학회가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 및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국제 금융질서의 변동'이란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립 격화 등으로 전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경제의 부상과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 핵심 품목에 대한 자급자족이 중요해졌다고 언급하며 통화의 힘, 금융도 이를 따라간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미국이나 유엔이 금융제재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로 인해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미국식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국 달러의 힘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 약화를 말해주는 지표도 소개했다. 우선 외국인의 미국 국채 비중 감소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이 국채 발행을 남발했지만 외국인의 보유 규모는 40%대에서 30%대 수준으로 정체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러시아의 미 국채 축소 규모가 컸다. 러시아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2018년 1월만 하더라도 1000억달러 이상이었지만 불과 3개월 뒤인 4월에는 487억달러로 급감했다. 현재는 2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달러화 의존도를 줄인 것이다.

또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비동맹국들은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이나 러시아 금융통신시스템(SPFS) 등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외환보유액 역시 달러화 비중이 감소세를 지속해 2020년엔 50%대를 기록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행의 외화보유액과 연기금들의 해외 투자자산의 통화 구성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 시스템 약화로 이어지면서 디지털화폐(CBDC)나 가상자산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이 나올 것"이라며 "미국이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시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기후변화와 금융을 엮는 게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지금은 지정학과 금융을 연결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순위 10위의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위상을 갖기도 했지만 우리를 둘러싼 지정학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지금까진 공급 측면의 일시적 충격으로 생각했던 변수들이 알고 보면 글로벌 경제 환경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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