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커지는 지정학적 리스크…'기축통화' 달러 지위 흔드나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2 05:00

수정 2023.03.02 05:00

달러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달러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중 기술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지정학 위기 속에서 달러화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는 유지될 수 있을까.

1일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학회가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달러화 패권 지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과 대체 통화로의 변화의 시작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脫달러 심화

먼저 지정학 불확실성 증대로 달러화 패권 지위가 약화할 것이라는 주장의 이유로는 △외화보유액 달러 비중 감소 △외국인 미 국채 비중 감소 △우리나라도 미 달러화 결제 비중 축소 △국제결제망인 SWIFT에서의 달러 비중 정체 등이 꼽혔다. 가상자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 등장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흐름이라고 봤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금융 및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국제 금융질서의 변동'이란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립 격화 등으로 전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로 인해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미국식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국 달러의 힘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 약화를 말해주는 지표를 소개했다.


우선 외국인의 미국 국채 비중 감소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이 국채 발행을 남발했지만, 외국인의 보유 규모는 40%대에서 30%대 수준으로 정체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러시아의 미 국채 축소 규모가 컸다. 러시아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2018년 1월만 하더라도 1000억달러 이상이었지만 불과 3개월 뒤인 4월에는 487억달러로 급감했다. 현재는 2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달러화 의존도를 줄인 것이다.

또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비동맹국들은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이나 러시아 금융통신시스템(SPFS) 등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외화보유액 역시 달러화 비중이 감소세를 지속해 2020년엔 50%대를 기록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정대희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도 달러화 중심의 국제제재가 오히려 제재국의 달러 보유를 가속하면서 달러화 가치를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고 봤다.

"달러화 대체할 대안이 없다"

반면 여러 가지 위기에도 달러화가 패권 지위를 결국은 유지할 것이란 주장도 팽팽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경희대 박복영 교수는 "1970년대 금 태환 정지, 1980년대 엔화 부상, 유로화 출범, 2008년 이후 위안화 국제화 움직임 등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달러화 지위를 위협하는 순간들이 있었으나 결국 달러는 50년 넘게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박 교수는 기축통화 요건은 시장의 수요와 통화량 공급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며 달러화를 대체할 변수가 지금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력한 대안이 없는 경우 계속 기존의 제도가 지속하는 현상을 이력 효과(hysteresis effect)라고 한다"면서 "엔화는 규모가 너무 작고, 유로는 경제 공동체가 불안정하며 위안화는 제도적 신뢰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상통화는 가치의 변동성이 너무 커 현재로서는 가치 저장 수단이라기보다는 투자 수단"이라고 일축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