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尹정부 '건폭과의 전쟁'에 투쟁 깃발 든 건설노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8 18:11

수정 2023.02.28 18:11

4만명 집결 대규모 도심집회
"법원도 월례비는 임금 판결"
정부는 강경 대응 입장 고수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2월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에서 '건설노조 탄압 규탄 결의대회'를 마친 뒤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노조는 윤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건설노조 폭력배)'이라며 탄압 할 것이 아니라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2월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에서 '건설노조 탄압 규탄 결의대회'를 마친 뒤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노조는 윤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건설노조 폭력배)'이라며 탄압 할 것이 아니라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정부가 건설업종의 월례비 관행을 '건폭(건설폭력)'으로 규정하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2월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경찰청·종각역 인근에서 사전결의대회를 진행한 뒤 숭례문 인근에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주최 측 추산 4만3000여명이 모인 이번 집회로 일대 교통이 마비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정부는 월례비 관행 등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4만명 서울 도심 집결

건설노조는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 행위의 책임을 노조에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총파업에 준하는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정부는 회계장부를 공개하라고 협박하며 부패 집단으로 몰아가더니 급기야 건설노조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뿌리 뽑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건설현장 내 불법 행태를 척결하겠다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최근 노동 개혁 과제로 회계 장부를 안낸 노조에 대해 노조비 세액 공제 대상 제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건설 현장 폭력 현황 실태를 보고받으면서 '건폭'을 언급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건설현장 내 '가짜 근로자' 퇴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건설노조 측은 정부가 월례비를 근거로 건설노동자를 압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민호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건설 현장에서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작업을 시킨 댓가가 월례비"라며 "민사상 인금의 성격을 띠고 있는 월례비가 불법이라면 도대체 어떤 것이 합법인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송찬흡 건설노조 부위원장도 최근 광주고등법원에서 '월례비를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을 언급하며 "건설사가 비리의 온상이고 불법의 주범인데 엄한 건설 노동자만 잡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와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시대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월례비 관행 '부적절' 입장

다만 정부는 건설업종의 월례비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원청사나 하청사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채용 요구 및 특정장비 구매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월례비(350만원 수입에 650만원 추가 요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사를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트럭으로 공사 차량 진입을 막거나 엄청난 양의 동전을 현장에 뿌린 사례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내내 진행된 집회로 서울 도심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숭례문로터리에서 세종로 로터리 사이 수도권 광역버스 통행 등을 위한 비상차로 확보에 나섰지만 통행하려는 차들이 순식간에 몰리면서 경적 소리가 도로를 메웠다.

집회 일대를 지나가던 시민들은 대규모 집회에 당황하는 모양새였다. 인근을 찾은 시민들은 집회 소음에 놀라 귀를 막거나 교통 정체로 도착하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일부는 집회 인파에 길이 막혀 횡단보도를 건너가지 못해 경찰의 안내를 받고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100개 이상의 경찰부대를 집회 관리에 투입했다.
경찰 측은 이날 집회에 약 3만5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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