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 연구소 '저먼마셜펀드'의 2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여전히 60%를 상회해 지원을 반대하는 30%대 초반의 여론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선전을 외교정책 치적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고무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과도하게 지원하고 있다는 여론이 작년의 7%에서 올해는 26%로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공화당 성향의 미국 국민은 40% 이상이 미국의 지원이 과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 우선주의자들이 공화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강력한 안보 리더십을 표방하던 정당이다. 물론 공화당 원내총무 미치 매코널과 아칸소의 톰 코튼 같은 상원의원들은 바이든이 더 전폭적으로, 더 선제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화당의 소수로 전락했다. 공화당의 신성으로 떠오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바이든이 미국 국경의 보안 문제는 방치하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지키는 데만 급급하다며 바이든의 키이우 깜짝 방문을 비판했다. 미국 우선주의자들은 오하이오에서 발생한 열차 화재현장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야말로 진정한 미국의 지도자라며 바이든을 깎아내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지켜내야만 국제사회의 근간인 '규칙 기반의 질서(RBIO·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를 수호할 수 있다고 설파하고 있지만, 다수의 미국인에게 RBIO는 여전히 모호한 개념이다. 물가가 잡히지 않아 살림은 팍팍해지는데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도하다는 미국 우선주의 정치인들의 발언은 더 힘을 얻을 것이다. 2024년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은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될 것이고, 트럼프나 디샌티스와 같은 미국 우선주의자들이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바로 이런 기회를 노리며 버티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엄청난 인적·물적 희생을 치르고 있지만 뉴욕타임스의 최근 특집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전쟁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미국이 작년 우크라이나에 투여한 지원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년 국방비의 6% 미만이라고 한다. 국방비 6%를 아끼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걸린 것이 너무 많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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