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은 고되고 최저임금도 안돼"… 학교 조리실무사 구인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5 18:09

수정 2023.03.05 18:24

17개 시·도 절반이상 미달사태
청소·조리·배식 고강도 업무에
방학때는 일 없어 생활 불안정
조리실 발암물질 대책도 필요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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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 미달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조리실무사는 급식실 청소·위생 관리부터 조리·배식까지 각종 업무를 도맡지만 임금이 낮고 근무 환경이 열악해 매년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피 현상이 장기화 하면 기존 근무자들에게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송파, 서초 등 잇따라 미달 사태

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동송파·강남서초 교육지원청은 지난해 11월 조리실무사 각 96명, 110명을 뽑는 채용 공고를 냈지만 단 54명, 53명만이 지원했다. 인원이 턱없이 적어 148명 추가 수시 채용 공고를 냈지만 추가 응시 인원도 60명에 그쳤다.

결국 각 학교는 부족한 인력을 자체 기간제 채용으로 대체해야 했다.

다른 시·도 교육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진행한 '2023년 제1회 교육공무직원 공개 채용 시험'에서 조리실무사 75명을 선발하려 했지만, 지원자 수가 36명에 그쳐 단 26명만 뽑았다. 인천시교육청도 작년 11월 인천 시내에 있는 학교에 총 272명의 조리실무사를 채용하려 했으나 지원자는 191명에 불과해 경쟁률 0.7대 1을 기록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지난해 9월 기준 도내 조리실무사 정원 1만3596명 중 196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리실무사 부족 현상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실 인력 부족은)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최근 2~3년 전부터 미달 사태가 누적돼 최근 채용에서 대량 미달로 이어졌다"며 "타 교육청 상황을 봐도 17개 시·도 중 절반 이상은 조리실무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비단 한 지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급여 대비 업무 강도 높아"

현장에선 업무 강도가 높지만 저임금 등 낮은 처우 탓에 인력난이 초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간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 업무를 해온 정경숙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은 "받는 임금에 비해 일의 강도는 굉장히 높다보니 3개월도 채 못 버티고 나가는 중도 퇴사자가 많다"며 "인력이 부족한 곳에선 기존 근무자들만 2~3배 업무부담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조리실무사는 '교육부 및 교육청 공통 급여체계 적용 직종' 유형2에 속한다. 이들 기본급은 작년 기준 186만8000원으로 최저임금(191만4440원)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상여금 등이 추가돼도 월 250만원을 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방학 중엔 근무하지 않다보니 1년을 일해도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 부본부장은 "정년 퇴임자는 갈수록 느는데 비해 신규자들에게는 '높은 노동강도·낮은 임금'의 급식실 업무가 큰 메리트가 없어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식실 종사자들의 산업재해 문제가 개선돼야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음식 조리 중 발생하는 발암물질 '조리흄'이 급식 종사자의 폐암 발병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오면서부터다.
17개 시·도 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2019~2022년 상반기까지 전국 학교 급식실 종사자의 산재 발생 3565건 중 급식 조리 과정에서 발생한 산재는 95%(3403건)에 달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 급식종사자 산업재해 대책 토론회'에서는 급식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은 "학교 급식실의 조리기구·환기시설·휴게시설 등 전체적인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만연한 인력난으로 병가·연차조차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적정한 대체인력풀을 구성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