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최소거래 단위 100주, 개미에겐 넘사벽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지난해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로 유명한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 주식에 투자하려면 최소 815만엔이 필요했다. 우리 돈 8000만원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일본은 최소 매매 단위를 100주 단위로 통일해 우리와 같이 1주 거래가 힘들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저축에서 투자로 재테크의 중심 축을 옮겨 기업에이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새 판을 짜고 있지만 100주 단위 거래제가 개인 투자자의 증시 유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5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소액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춰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일본 상장사들의 액면분할이 잇따르고 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이달 1일부터 주식 1주를 3주로 액면분할했다. 이 회사의 액면분할은 2002년 4월 이후 20년 11개월 만이다. 액면분할 후 최소 투자금액은 지난달 21일 종가 기준 약 271만엔으로 대폭 낮아졌다. 액면분할 전 100만엔이 필요했던 도요타자동차도 지난해 9월 1주를 5주로 분할했고 덕분에 100주 투자비용은 19만7800엔으로 확 낮아졌다. 상선 미쓰이도 지난해 3월 1주를 3주로, 닌텐도는 그해 9월 1주를 10주로 각각 액면분할했다.
올해 들어서도 약 30개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발표했다. 3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일본 증시에서 최저 투자금액이 6번째로 큰 반도체 장비업체 디스코가 1주를 3주로 액면분할하기로 했다. 분할을 결정한 지난달 21일 종가 기준 디스코의 최저 투자금액은 398만엔으로 분할 후 132만엔이 됐다.
도쿄거래소는 지난해 개인의 투자가 어려운 최저 투자금액이 50만엔을 넘는 2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단위를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소 투자금액이 50만엔을 넘는 종목은 상장사 전체의 약 5%인 190여개가 넘는다. 100만엔 이상인 종목도 30개를 넘는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최저 투자단위가 수백만엔을 상회하는 곳이 많아 상장사의 투자단위 인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개인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해외로의 '캐피털비행'(자본 도피)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최소 투자 단위는 해를 거쳐 점차 낮아지긴 했다. 초기 증시에선 종목별로 1주부터 2000주까지 매입 단위가 다양했다가 2014년부터 100주와 1000주 두 종류로 줄었다. 그러다 2018년 들어 지금의 100주 단위 거래로 통일됐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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