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복수도 하고 포상금도 받고"…악용되는 '탈세제보', 처벌은 없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7 05:00

수정 2023.03.07 05:00

포상금 /뉴시스
포상금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 제조업체 A회사의 전무와 부장은 대표에게 금전을 갈취할 목적으로 허위 탈세 제보를 한 뒤 회사 대표를 협박했다. 이에 대표는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전무와 부장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2. 국세청 공무원 A씨는 B씨로부터 'C씨와의 토지 매매 분쟁을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아 직접 탈세제보서를 작성해 다른 사람이 대신 제출하게 했다. 해당 제보서는 A씨의 소속 과를 거쳐 일선 지방청으로 내려갔고, C씨는 세무조사를 받게됐다.
탈세제보포상금제도가 사적 복수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특정인을 음해할 목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않은 가운데 포상금을 노린 허위 제보를 걸러낼 별도의 안전장치 마련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 탈세제보를 해도 제보자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무고 등 형사처벌의 가능성도 적고, 포상금이라는 금전적 이득까지 더해져 악용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탈세제보 매년 2만건…보복·음해 목적 허위 제보 상당

7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국내 탈세제보 건수는 매년 약 2만건에 이른다. 연맹측은 포상금 제도를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악의적이고 일방적인 제보를 하는 경우가 상당할 것이라고 봤다.

탈세 제보는 특정 개인이나 법인의 탈세사실을 적극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 등을 과세 당국에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데, 포상금은 탈세제보를 통해 추징한 세액에 일정 지급률(5~20%)을 적용한 금액을 포상금으로 지급하며, 한도액은 40억원이다.

연맹측은 그러나 허위 탈세 제보가 비일비재할 수 밖에 없는 문제점 중 하나로 탈세 제보 구조나 시스템상의 한계를 꼽았다. 사적 보복이거나 특정인을 음해할 목적으로 허위 탈세 제보를 했더라도 제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연간 탈세 제보 건수는 한국 2만2444건, 미국 1만1394건으로 한국이 미국의 2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비교적 과세 대상이 적은 한국이 경제 규모나 기업 수 등 면에서 상대가 안 되는 미국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의 제보가 접수된다는 것은 그만큼 탈세라는 팩트에 의거하기 보다는, 불순한 목적의 허위 제보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는 게 연맹측 주장이다. 특히 형사처벌의 부재가 그 이유 중 하나라는 게 연맹측 논리다.

이와 관련, 연맹은 "미국은 탈세제보신고서에 '허위일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문구가 있지만, 한국은 전혀 그런 내용이 없다"며 "한국도 신고서에 형사처벌 경고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허위 제보로 인한 범죄적 기대 수익이 한국의 경우 더 많아 허위제보를 양산하는 주요 기제가 되고 있는 만큼 나중에 허위 제보로 판명될 경우 사법적 책임을 지우게 함으로써 허위나 음해성 제보를 사전에 어느정도 걸러야 한다는 뜻이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돼있는 탈세제보서 서식 캡처.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돼있는 탈세제보서 서식 캡처.
애꿏은 피해자 속출…철저한 검증·형사처벌 제도화 필요

허위나 음해성 제보의 경우 애꿏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특정인을 내몰리게 할 수 있을 만큼 부작용 방지를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함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 자체에 대한 평가도 세부적으로 진행함으로써 포상의 적정성 여부를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탈세제보포상금 제도가 취지에 맞게 잘 작동하고 있는 지, 정말 탈세 행위를 예방하는 기대효과가 어느정도 인지 등을 세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실제 허위 탈세 제보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집계하고 만일 비율이 높게 나타날 경우 면밀한 검증 등을 통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포상금 제도가 당초 취지대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지 중간평가를 해볼 필요는 있다"며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허위 제보의 비율이 상당한 수준이라면 부작용을 방지할 보완책도 같이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