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노인 나이 70세로 올리자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6 18:20

수정 2023.03.06 18:20

[곽인찬 칼럼] 노인 나이 70세로 올리자
일본에서 흉측한 소리가 들려온다. 고령사회 해법이 고령자 집단할복이라는 거다. 일본 출신 30대 예일대 교수가 2년 전에 한 말을 최근 뉴욕타임스가 다시 보도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이 말에 동조하는 일본 젊은이가 꽤 있는 모양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이 30%에 가깝다.
이 비율은 2060년 38%로 높아진다. 노인 부양하느라 청년 허리가 휜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싫든 좋든 한국은 일본이 간 길을 따라가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인구 비중이 2025년 20%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 비율은 2035년 30%, 2050년 40%로 높아진다. 이 속도라면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고령국가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집단할복 이야기가 나오는 일본에서 세대 간 투쟁은 이미 현실이 됐다. 한국도 심상찮다.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의 말을 들어보자. "반감, 혐노, 증오 시대가 본격화하면 우리 사회는 세대차라기보다 일종의 계급투쟁의 양상을 띨 가능성이 있다. 팔자 좋은 부자 노인의 지원을 위해 뼈 빠지게 일을 해야 하는 젊은이로선 계급투쟁은 가능한 이야기다."('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

부모와 딸·아들, 조부모와 손녀·손자가 으르렁대는 사회가 코앞에 닥쳤다. 그냥 둘 수 없다. 갈등을 풀어갈 첫 단추로 노인 나이를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일 것을 제안한다. 이시형은 "의학적으로 볼 때 75세부터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된다"며 "미국에선 75세를 경계로 그 이상이 되면 올드-올드(진짜 노인), 그 이하는 영-올드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철학자 김형석은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라고 말했다('백년을 살아보니'). 일본의 노인정신과 전문의인 와다 히데키는 심지어 "80세까지 많은 사람이 현역 시절처럼 활동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70세가 노화의 갈림길').

안다. 노인 나이를 70세로 올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법정 정년은 60세로 묶여 있다.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공백도 길다.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나쁜 축에 속한다. 지하철, 고궁 등 경로우대 혜택이 늦춰지면 심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금방 들이닥칠 '회색 코뿔소'를 외면하는 꼴이다. 미셸 부커는 사람들이 위기신호를 감지하고도 행동하지 않는 행태를 '회색 코뿔소'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기후변화, 되풀이되는 금융위기가 좋은 예다. 인구고령화가 초래할 위기 또한 회색 코뿔소다. 이미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 터널에 갇혔다. 한국도 슬슬 장기침체 조짐을 보인다. 0.78명으로 떨어진 세계 최저 출산율(2022년)과 고령화가 겹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노인부양률은 세계 최고로 치솟는 중이다. 청년들은 실컷 돈만 내고 정작 자신들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까 걱정한다. 노인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청년과 더불어 살려면 먼저 나이 든 사람이 손을 내미는 게 좋지 않겠는가. 노인 나이 70세 상향이 그 출발점이 되기 바란다. 정부와 국회는 그에 맞춰 법과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부디 한국에선 집단고려장 소리가 나오지 않기를 소망한다.

paulk@fnnews.com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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