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보험사들이 '어린이(자녀)보험' 가입연령을 최대 35세로 연장하는가 하면 보험료를 낮추면서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어린이보험은 20세 이상 성인 때 가입해도 건강보험 대비 보장 금액이 많고, 보험료는 저렴한 점이 장점으로 꼽히는 상품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경쟁 과열로 가격은 싸고 보장은 든든한 어린이보험만이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이달부터 'KB금쪽같은 자녀보험'을 개정 출시했다. 주요 개정 내용은 가입 상한 연령을 30세에서 35세로 높인 점이다.
KB손보뿐만 아니라 보험업계는 올해 들어 어린이보험 보험료를 낮추면서 상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지난 1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NH농협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은 자사 어린이보험에 대해 9.6~15.0% 선에서 보험료를 일괄 인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명 '어른이보험'(어른+어린이보험)으로 불릴 만큼 관련 시장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영향이다. 태아나 어린이 등 자녀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보험이지만, 일반적인 건강보험보다 20% 수준 저렴해 성인들까지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암·뇌혈관질환·심혈관질환 등 성인용 건강보험에 들어 있는 다수 보장을 더 싼 가격에 더 큰 보장으로 100세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손보사의 지난해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는 5조8256억원으로 2018년(3조5534억원) 대비 63.9% 성장했다. 중소보험사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어린이보험 확대는 반길 만한 부분이다. 중도해지가 적고 보험료 납입기간은 긴 '효자상품'으로 분류되고 있어서다. 또한 올해부터 적용된 새 재무건전성제도 (K-ICS)에선 부채가 시가로 평가돼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을 파는 것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 금액이 비슷한 가격대 건강보험보다 월등히 좋아 가입자 입장에서는 다른 상품과 비교해 단점이 없는 상품"이라며 "건강보험을 대신해 가입할 생각이라면 가입 상한 연령에 최대한 가깝게 가입할수록 이득"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입 상한 연령이 길어지면서 기존 상품의 특징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상 고객이 늘어 손해율이 증가하면 어린이보험만의 보장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화재는 지난달 아예 대부분의 어린이보험 가입대상이 30세까지라는 점을 보완해 30~40세가 가입할 수 있는 전용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해율이 낮아지게 되면 보장 금액 등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사가 35세로 가입 상한을 늘린 만큼 다른 보험사들도 상품 개정이 예고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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