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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치 난무하는 국민연금, 이러고 수익률 올리겠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7 18:31

수정 2023.03.07 18:31

전문가 부족, 정치 입김에
역대 최악의 수익률 기록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기금 운용수익률 제고도 매우 중요한 개혁과제"라며 참모들에게 개선책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촉구로 연금 수익률이 갑자기 좋아질 수 있는 문제는 물론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온갖 기금 운용 난맥상이 누적된 상황이다.
토대와 관행을 바꾸고 근본을 새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시점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8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평가손실을 봤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후 최악의 성적표였다. 적립금은 지난해 말 890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엄혹했던 글로벌 투자환경 영향도 있었겠지만 외부 탓으로만 돌릴 사안은 결코 아니었다.

국민연금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보인 것은 수년간 계속됐던 일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도 세계 주요 연기금 중 바닥권이었다. 캐나다국민연금(CPP) 수익률은 10%를 넘는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절반도 못 미치는 5%대였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도 우리보다 위였다.

압도적 수익률의 캐나다 연금시스템은 갈 길이 먼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캐나다 연금이 기금소진을 늦추기 위해 대대적 혁신을 가한 때가 지난 1997년이었다. 당시 출범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표방한 것이 전문성, 독립성, 수익 극대화다. 금융투자 전문가가 포진한 CPPIB는 정치 입김과 외부개입을 철저히 차단한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국민연금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기금 수익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는 핵심 인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전망 없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국민연금 본사와 투자조직은 금융, 투자 중심지와 떨어진 전북 전주에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2015년 이후 옮겨갔다. 인력이탈이 심각하다는 말은 그때부터 나왔다. 이후 정원을 제대로 채운 적이 없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의 전문성도 바닥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운용위 20명 위원 중 전문가는 고작 4명인 수준이다. 정부 당연직 5명,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 대부분이 비전문가다. 3명의 상근 전문위원직 중 한 곳은 최근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임명돼 또 논란이 됐다. 과거 정부마다 연금 고위직 낙하산 인사는 끊이질 않았다. 이러고도 최고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질 않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출산으로 연금고갈 시기는 코앞에 닥쳤다. 2055년이면 기금은 바닥이 난다. 서둘러 제도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기금 운용체계 수술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것이다.
수익률을 1%p만 올려도 고갈시점을 8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전문성·독립성을 최대로 끌어올려 연금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실행력과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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