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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라셰보다 더 몽라셰 같은 소노마 특급 '센시즈'..자연 그대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9 16:55

수정 2023.03.09 17:03

세 동갑내기 친구가 만드는 미국 소노마 코스트 센시즈 와인
"Pass Through" 강조하는 이유, 와인 마주하는 순간 알게 돼
센시즈 와이너리 모습. 사진=센시즈 와이너리 홈페이지.
센시즈 와이너리 모습. 사진=센시즈 와이너리 홈페이지.

몽라셰보다 더 몽라셰 같은 소노마 특급 '센시즈'..자연 그대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몽라셰보다 더 몽라셰 같은 소노마 특급 '센시즈'..자연 그대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파이낸셜뉴스] 미국 소노마 코스트(Sonoma Coast)에서 떠오르는 신생 와이너리 센시즈(Senses)를 마주한 순간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피에타(Pieta)'가 떠올랐다. 약관의 청년 미켈란젤로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가 아닌, 그가 죽기 직전까지 작업에 매달렸던 '론다니니의 피에타(Rondanini Pieta)' 말이다.

피에타는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조각으로 미켈란젤로는 죽을 때까지 세 개의 작품을 남겼다. 밀라노 스포르차성당에 있는 론다니니의 피에타는 일반적인 피에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예수와 성모의 몸이 하나가 된 듯한, 예수가 성모를 등에 업는 듯한 서있는 모습인데 너무도 엉성한듯 보인다. 미완성작으로 알려졌지만 어찌보면 그게 완성작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인류가 낳은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조각에 대해 "나는 그 안에 갇혀있는 것을 덜어내는 일만 할 뿐"이라고 했다. 자신은 어떤 모습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돌 속에 있는 형상을 꺼내는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센서스 와인을 마주한 순간 론다니니의 피에타가 스쳐갔을까.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마지막 피에타 작품인 '론다니니의 피에타'. 사진=위키피디아.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마지막 피에타 작품인 '론다니니의 피에타'. 사진=위키피디아.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코스트 와이너리 센시즈의 공동 오너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는 "우리는 좋은 포도가 좋은 와인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센시즈 와인을 설명하면서 중간중간 "Pass Through(그냥 거쳐 지나가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만큼 자신들은 포도가 가진 모든 것이 와인으로 그대로 투영될 수 있도록 그냥 거쳐가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30대에 불과한 친구 세 명이 만들어내는 와인이 몹시도 궁금해졌다.

크리스 스트리터가 센시즈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크리스 스트리터가 센시즈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센시즈는 미국 캘리포니아 러시안 리버 밸리에서 나고 자란 고향 친구 크리스 스트리터(Christopher Strieter), 맥스 띠어리엇(Max Thieriot), 마일스 로렌스-브리그(Myles Lawrence-Briggs)등 3명이 2011년 자신들의 고향에서 만든 와이너리다. 이 와이너리는 2013년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와인메이커 토마스 리버스 브라운(Thomas Rivers Brown)화 협업해 와인을 만들면서 프리미엄 와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과 10년째를 맞는 신생 와이너리임에도 시장의 평가는 엄청나다. 로버트 파커가 늘 90점대 중반의 점수를 줄 정도다.

실제 아이콘 와인 역할을 하는 띠에리엇 샤도네이 2020은 놀라웠다. 섬세한 과실향에 여러가지 꽃 향이 잔을 흔들때마다 몽글몽글 덩어리 지어 떠다닌다. 과실 아로마도 여러갈래로 스펙트럼처럼 촤악 펼치진다. 특히 고급스러우면서 강력한 산도와 오묘한 미네랄리티는 이 와인이 다른 와인과 차별화되는지를 금방 알 수 있게 만든다.

이날 서빙된 와인은 '샌시즈 소노마 코스트 샤도네이 2020(Senses Sonoma Coast Chadonnay 2020)', 센시즈 러시안 리버 밸리 샤도네이 2020(Senses Russian River Valley Chadonnay 2020), 센시즈 엘 디아블로 샤도네이 2020(Senses UV-El Diablo Chadonnay 2020), 센시스 띠에리엇 샤도네이 2020(Senses B.A. Thieriot Chadonnay 2020), 센시즈 칸츨러 빈야드 피노 누아 2021(Senses Kanzler Vinyard Pinot Noir 2021) 등 5종이다.

몽라셰보다 더 몽라셰 같은 소노마 특급 '센시즈'..자연 그대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소노마 코스트, 기본급 와인인데 이런 고품질이..

소노마 코스트와 러시안 리버 밸리는 샤도네이로 만드는 가장 기본급 와인이지만 두 와인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 소노마 코스트는 굉장히 프레시함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잔을 가까이 하면 풋사과, 열대과일, 흰꽃 향을 기반으로 약간의 너티함이 스쳐간다. 입에 넣어보면 열대 과일에 기반한 신선한 향이 일품이다. 서늘한 기후의 과일과 열대과일 향이 같이 느껴지는데 둘 다 과숙되지 않은 약간 덜 익은 상태에서 따낸 그런 느낌이다. 따라서 입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산도가 아주 좋다. 약간의 너티함이 있는듯 없는듯 스쳐가는 것도 이 와인의 발랄함을 더해준다. 시간이 30분 정도 지나면 화이트 초콜릿 향도 느낄 수 있다.

센시즈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 사진=센시즈 와인 홈페이지.
센시즈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 사진=센시즈 와인 홈페이지.


■러시안 리버 밸리, 떼루아 특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러시안 리버 밸리는 아주 신선한 과실향이 좋지만 소노마 코스트보다는 다소 진정된 느낌이다. 잔에서 올라오는 향은 복숭아 등 핵과류와 열대 과실 향이다. 비오니에(Viognier)가 연상될 듯 약간의 화장품 아로마도 있다. 입에 천천히 흘려보면 좋은 과즙을 기반으로 한 열대 과실향이 굉장히 신선하다. 산도는 얌전하게 들어오지만 피니시로 갈수록 높아진다. 그러나 소노마 코스트와 달리 굉장히 둥글려진 아로마와 산도다.

두 와인이 이처럼 다른 것은 밭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노마 코스트는 찰스 하인츠(Charles Heintz) 빈야드에서 난 포도이며, 러시안 리버 밸리는 좀 더 따뜻한 빈야드인 듀톤 랜치(Dutton Ranch)에서 가져온 포도다. 또 러시안 리버 밸리는 뉴오크를 10% 사용해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엘 디아블로, 따뜻하고 우아한 와인
엘 디아블로는 그냥 좋은 포도에서 프리런 주스만 뽑아낸 것 같은 고급스러움이 특징이다. 굉장히 진한 열대 과실 아로마에 더운 날씨의 흰꽃 향과 허니 써클 향도 지나간다. 오가닉 와인에서 맡을 수 있는 독특한 이스트 향 등 정말 다양한 향을 뿜어낸다.

잔을 기울여 입에 흘려보면 지하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약수를 마주한 것처럼 심연한 묵직함에 청량감이 아주 좋다. 산도는 중상 정도로 약간 점잔을 뺀 느낌이지만 결코 뭉그러진 느낌을 주지 않는다. 아주 화려한 아로마와 기분좋은 뉘앙스가 일품이다. 2008년 로컬 빈야드 관리자이던 율리시스 발데즈가 심어 가꾸던 포도에서 난 와인으로 너무도 엄격하게 포도를 관리해서 '악마(Diablo)'라 불렸던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몽라셰보다 더 몽라셰 같은 소노마 특급 '센시즈'..자연 그대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띠에리엇, 몽라셰를 닮았지만 더 맛있다
정말 놀라움을 주는 와인이다. 소노마에서 손꼽히는 특급 빈야드 B.A. 띠에리엇에서 나는 포도로 빚었다. 공동창업자 맥스 띠에리엇의 부모님이 1988년 매입한 이 빈야드는 해안가 높은 고도에 위치해 바람이 많이 불고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곳이다. 모든 포도가 올드 바인인데다 포도알이 빡빡하게 붙어있어 곰팡이에 아주 취약하다. 하지만 제대로 잘 익은 포도는 정말 기막힌 품질을 보인다.

띠에리엇 와인은 잔에서 피어오르는 향부터 다르다. 과실향은 전체적으로는 열대 과일류인데 파인애플, 망고, 귤, 패션푸르츠 등 복잡하게 섞여 있다. 그런데 느껴지는 강도는 다 다르게 들어온다. 이 와인의 가장 특징적인 것은 꽃 향이다. 더운 느낌의 흰꽃 향은 물론이고 이름 모를 붉은 색 꽃 향이 계속 이어진다. 좋은 피노 누아(Pinot Noir) 와인에서나 느낄 수 있는 복잡한 향이다.

입에 넣어보면 더 즐겁다. 일단 산도가 기가 막히게 좋다. 처음부터 아로마보다 산도가 먼저 느껴질 정도로 자극적이지만 쨍한 느낌이라기보다 끝이 다듬어진 고급스러운 산도다. 질감은 아주 라이트하다. 진한 열대 과즙이 비강을 타고 올라오는데 스펙트럼처럼 촤악 펼쳐진다. 이어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질때쯤 좋은 미네랄리티와 고급진 신맛이 피니시를 이끈다.

새 프렌치 오크 35%를 14개월동안 접촉했지만 오크 느낌은 전혀 없다. 전형적인 미국 와인이지만 이렇게 가볍고 엣지있게 뽑아내는 센시즈에 적잖이 놀랬다.
이 와인은 숙성을 마치고 방금 나온 와인이지만 병숙성 10년 후, 20년 후가 더 기대되는 와인이다.
크리스 스트리터(왼쪽)와 마일스 로렌스-브리그가 센시즈 와인을 앞에 두고 활짝 웃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크리스 스트리터(왼쪽)와 마일스 로렌스-브리그가 센시즈 와인을 앞에 두고 활짝 웃고 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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