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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가 찍으면 오른다? "투기적 기대 말아야"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9 18:12

수정 2023.03.09 18:12

지분구조·M&A 이슈 따라 달라
SK케미칼, 주가 오히려 떨어져
행동주의가 찍으면 오른다? "투기적 기대 말아야"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한 기업들의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행동주의 테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든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다"며 "행동주의 펀드의 성과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지난해 2월 21일 이후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135.51% 올랐다. 1년 가까이 6만~7만원 선에서 횡보하던 에스엠의 주가는 지난달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15만원을 넘었다.

오스템임플란트도 강성부펀드(KCGI)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이후 단기간에 빠르게 주가가 올랐다. 올해 초까지 13만원대에서 머물던 주가가 19만원(2월 27일 기준)에 육박했다.


KB증권이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행동에 나선 16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이들 종목은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지수 대비 평균 15.9%포인트의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활발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연기금 등의 책임 투자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주행동주의가 부상했다"며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안한 증시 상황 속에서 주주행동주의가 국내 증시에서 메인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한 모든 기업의 주가가 오르지는 않는다. SK케미칼의 경우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행동에 나선 지 1년이 넘었지만 주가는 오히려 13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40% 가까이 하락했다.

KT&G도 지난해 말부터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인삼공사의 분리 상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했지만 주가는 반짝 상승 후 8만원대 후반으로 복귀했다.

이안다자산운용의 박철홍 ESG투자본부 대표는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기업은 경영권 분쟁과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대주주를 적대적으로 대하기보다 회사를 단계적으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관련 기업 주가의 단기 급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에스엠도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행동을 시작한 지난해에는 주가가 횡보세였다. 카카오와 하이브 등이 인수전에 참여하고 양 측의 공개매수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경영권 분쟁과 단기 차익에 대한 기대감 만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행동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봐야 한다"라고 짚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장 주가가 오르면 행동주의 펀드가 성공한 것이고 떨어지면 실패한 것이 아니다"며 "에스엠의 주가도 경영권 분쟁이라는 변수가 사라지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성과는 짧아도 1년, 길면 3~4년의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과 기업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를 맞추는 것이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라며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의 이중가격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행동주의 펀드가 해야 할 일은 굉장히 많다"고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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