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에너지효율 개선이 최고의 에너지 복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9 18:21

수정 2023.03.09 18:21

[특별기고] 에너지효율 개선이 최고의 에너지 복지다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예년보다 매섭게 몰아친 한파가 더해지면서 난방비로 인한 국민들의 시름도 깊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난방비 부담으로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기초생활 수급자를 대상으로 전기·가스·난방비 등을 지원해주는 에너지 바우처 금액을 2배로 인상했다. 차상위계층까지 포함해 도시가스·지역난방 요금 할인도 대폭 확대했다. 당장의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요금 할인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에너지 효율개선을 통해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난방비 직접 지원보다 스스로 난방비를 줄일 수 있게 돕는 것이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하다는 뜻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단열이 잘 안 되는 집이 많아서 온기가 계속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보일러가 쉴 틈 없이 가동될 수밖에 없다. 보일러에서 쓰고 남은 폐열도 다시 활용되지 못하고 연통을 통해 집 밖으로 버려지니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단열공사를 지원해주고 고효율 보일러를 설치해준다면 난방비도 절감하면서 훨씬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효율개선이 에너지 복지의 주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고, 미국에서도 저소득층의 주택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프로그램(WAP·Weatherization Assistance Program)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을 추진해왔다. 산업부에서는 매년 예산으로 취약계층 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의 창호·바닥·벽면 등의 단열성능을 높이고 노후화된 냉난방 기구를 교체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가구가 55만가구에 이르며, 가구당 에너지 사용량이 평균 22.5%나 감소했다. 올해도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인 6월 말까지 저소득층 1만4000가구에 고효율 에어컨을 보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량 세계 8위에 해당하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지만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에너지 자원 수입 규모는 반도체 수출보다도 많은 1908억달러로, 이는 우리나라 무역적자의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각 개인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무역적자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에너지 효율개선은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약 33.2%가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개선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에너지 효율개선은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을 줄여주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며 무역수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이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석삼조의 에너지 정책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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