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대사다. 실제 학폭을 겪은 피해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한다. MZ세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이 취업, 입시에 이어 학폭으로 넘어왔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가 불을 지폈다. 특히 정 변호사처럼 가해자의 부모들이 힘이 센 경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가 가해자 학생을 찾아갔다가 가해자가 돼 형사처벌을 받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부모는 가해자가 처벌을 받고도 학원에서 또다시 딸을 괴롭히자 "내 딸한테 말도 걸지 말라"고 소리친 혐의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압적인 행위로 딸의 친구를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정신건강을 해친 혐의다.
또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는 피해자에게 사과를 받아달라고 떼를 쓰듯이 연락해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은 학창 시절 학폭 트라우마로 복수를 결심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학폭 트라우마가 생각보다 오래 정신적인 상처를 남긴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길을 가다 모르는 사람에게 한 대 맞은 게 아니라 아는 친구한테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것이므로 충격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학폭 피해자가 트라우마가 남지 않으려면 발견 즉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할머니가 돼서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오래 트라우마가 남을 수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정신과를 찾아 학폭에 대한 진단서 한 장만 받아간다는 것이다.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진단서를 받고 가해자가 전학을 가게 되면 문제가 해결됐다고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치유하지 않으면 남을 수밖에 없다.
학폭을 대하는 어른의 태도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가해학생이 폭력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아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줘야 한다. 또한 피해학생은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하고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중기생경부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