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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수출, 물 들어왔을 때 노저어라 [정순민의 종횡무진]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2 18:21

수정 2023.03.13 20:43

스페셜 리포트, 한류 아직 정점 안왔다
K콘텐츠, 작년 해외서 17억200만달러 벌어
전년比 47.9%↑… 제조업 부진과 대조적
콘텐츠산업 수출도 124억달러까지 성장세
수입은 12억달러 불과 흑자구조 더욱 공고
K콘텐츠 수출, 물 들어왔을 때 노저어라 [정순민의 종횡무진]

K콘텐츠 수출, 물 들어왔을 때 노저어라 [정순민의 종횡무진]

지난해 K콘텐츠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 들인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입'은 17억200만달러로 전년(11억5100만달러) 대비 무려 47.9%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효자 종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이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지급'은 4억6700만달러로 전년(4억2100만달러)에 비해 9.7% 증가하는데 그쳐 관련 수지가 12억35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6년 이후 최대치로, 지난해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지는 TV프로그램을 비롯해 영화, 뮤지컬, 음원 등 콘텐츠와 관련해 해외에서 벌이 들인 돈으로 흔히 '한류 수지'로 불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발표하는 데이터도 K콘텐츠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준다. 콘진원은 해마다 게임, 방송, 영화, 음악, 웹툰, 출판 등 문화콘텐츠 전 분야의 수출 및 수입 추이를 각 분야별로 집계·발표한다. 여기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90억5000만달러(약 12조원)를 기록한 콘텐츠 수지(콘텐츠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금액)는 2020년 110억달러(약 14조원), 2021년 112억5000만달러(약 15조원)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콘텐츠 수출액이 2019년 102억5000만달러에서 2020년 119억2000만달러, 2021년 124억5000만달러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입액은 12억달러 안팎에 묶여있어 무역수지 흑자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콘진원 측은 밝혔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앞서 '한류 정점 아직 오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한류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전세계 18개 조사대상국 중 대부분의 나라에서 한류 관련 지수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한류 콘텐츠 제작시스템의 고도화, 전문 인력 풀의 확장 등을 바탕으로 국내외 자본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류는 지금 정점이 아닌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대응 여부에 따라 K콘텐츠 혹은 한류의 글로벌 위상이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K콘텐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글로벌 경제 침체와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전선의 구원투수로 나설 'K-콘텐츠 수출전략'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문체부는 K콘텐츠의 해외영토 확장(Expansion), 콘텐츠산업의 영역 확대(Extension), 이에 따른 연관산업의 효과 확산(Effect) 등 '3E'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중화권 및 일본에 집중돼 있는 수출 지역을 북미와 유럽, 중동 등으로 다변화하고,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웹툰 플랫폼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글로벌화 등을 통해 2021년 현재 124억5000만달러를 기록 중인 K콘텐츠 수출액을 오는 2027년까지 250억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려 세계콘텐츠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K콘텐츠와의 연계 마케팅 등을 통해 제조업 및 서비스업 등 연관산업의 브랜드 가치가 향상되고 덩달아 해당 분야의 수출액도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문체부의 예측이다.

실제로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의 확산이 연관산업의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K콘텐츠 수출액과 화장품, 가공식품, 의류, IT기기 등 소비재 수출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K콘텐츠 수출이 1억달러 증가할 때마다 소비재 수출은 1억8000만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는 중화권보다는 비중화권에서, K콘텐츠 중에서는 한류 성격이 강한 K팝이나 K드라마가 소비재 수출 견인 효과가 높았다. 또 소비재 분야에선 화장품, 가공식품 등 이른바 K뷰티 및 K푸드 분야가 K콘텐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좀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4년 내놓은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류 태동기인 지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196개국에 대한 연간 패널 데이터(Panel Data)를 활용해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계량화한 결과, 게임·영화·방송·캐릭터·만화 등 콘텐츠 수출이 1% 증가할 때마다 소비재 수출 및 외국인 직접투자가 0.04~0.09%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K콘텐츠는 해외관광객 유치 효과도 매우 뛰어나 콘텐츠 수출이 1% 늘어날 때마다 해외관광객이 0.019%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의 'K콘텐츠 수출의 경제효과' 보고서에 참여한 김윤지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OTT 등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 발달로 콘텐츠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문화와 취향이 중요한 소비재 수출 시장에선 K콘텐츠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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