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우디-이란 중재 성사 시킨 中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2 18:30

수정 2023.03.12 18:30

국교정상화 일조… 중동영향력↑
수입의존 석유 확보 전략 꾀한듯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 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왼쪽부터)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 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왼쪽부터)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의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에서 극적인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중동 내 중국의 입지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외신들은 중국이 대만 사태로 석유 수입이 끊기거나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중동 내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에 대해 "대화와 협상으로 갈등과 이견을 해소하고 선린우호를 실현한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중동 지역에 어떠한 사적 이익이 없고 중동 국가의 주인 지위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중동의 평화와 안녕을 실현하기 위해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 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지난 6∼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전통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았다. 사우디는 2016년에 이란의 반대를 무시하고 시아파 성직자 약 40명을 처형했으며 이에 이란은 사우디와 단교했다.

양국 대표들은 10일 베이징에서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고 상대 국가에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했다.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이란이 사우디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한 것은 대내외적인 압력 때문이지 대화하고 협상하라는 중국의 초청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보도에서 중국이 중재에 나선 것은 미국과 장기 갈등을 감안해 에너지 조달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이 대만 사태 악화에 대비해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에 대항하기 위해 중동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약 80%는 말라카 해협을 통과한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강행한다면 미 해군이 즉각 말라카 해협을 봉쇄해 중국행 석유를 틀어막는다고 보고 있다. 중국 역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미얀마와 중국 본토를 잇는 송유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사우디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들여온다. 2021년 중국과 사우디 간 무역액은 873억달러(약 115조5000억원)로, 이중 석유 수입이 77%를 차지한다. 사우디가 수출하는 석유의 25%는 중국으로 향한다.

미 코넬대 무역정책학과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CNN에 "중국 경제가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과 양측면에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은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보도에서 중국의 중동 내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상하이외국어대학 판훙다 교수는 사우디와 이란 간에는 다양한 분쟁 요소가 있었으며 양국을 성공적인 협상으로 이끄는 일은 모든 주요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우디와 이란 간 관계가 진전되면 다른 중동 국가들은 중국에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될 것이고 중국이 중동에서 어려운 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