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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화해'…'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새바람 부나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4 05:00

수정 2023.03.14 05:00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이 사우디·이란의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이 사우디·이란의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중동의 두 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 속에 7년만에 국교를 정상화 하기로 합의하면서 새로운 중동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생기고 있다. 그동안 일부 중동 국가들간 분열과 갈등, 긴장이 이어져왔으나 두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관계 개선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수니파 다수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이슬람 성직자를 사형시키자 이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에 난입했으며 리야드는 단교를 결정하면서 그후 중동의 시아파와 수니파 국가들간 긴장도 고조돼왔다.

불과 5년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란 최고지도자를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보다도 나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은 장기 내전으로 거리가 멀어진 시아파국인 시리아에도 우호의 손길을 뻗고있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후 실종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의 관계는 거의 최악의 상황이었으나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또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한 카타르도 5년간 이어진 인근 페르시아만 국가들과 갈등을 정리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대회 기간에 입장권을 소지한 팔레스타인도 탑승한 이스라엘을 출발한 항공기의 직항 노선을 허용했다.

7년만의 재수교로 지역 안정 기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 외교 관계는 지난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발생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0년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했을 당시 사우디는 이라크를 지지했으나 종전 후에는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1998년 상호협력, 2001년에는 안보협력에도 합의했다.

이번 국교 정상화 문서에도 두 합의 내용이 언급됐다.

적대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는 지역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그동안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반군으로부터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예산 지출 부담이 커져왔다.

이번 이란과의 재수교로 위협이 줄어들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실질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목표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늘리고 내수를 증대하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에 대한 지나친 경제 의존을 줄이고 사우디아라비아를 기업과 문화의 글로벌 허브로 만든다는 포부를 갖고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여성들의 히잡 착용 반대 시위 장기화로 고전해온 이란도 사우디와의 재수교로 숨통이 많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파 갈등 뿌리 깊어 신중한 시각도

일부 전문가들은 두나라의 수교가 바로 종파간 대립을 포함한 두나라간 긴장을 바로 해소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국교 정상화가 곧바로 양국간 신뢰 구축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이란이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고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 협력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란은 예멘의 후티 반군을 지원해왔다. 후티반군은 자신들을 탄압하는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군기지나 석유 저장 시설들 종종 공격해왔다.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국제문제 대학원 부교수인 토머스 주노는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국교 정상화는 긴장을 일부 완화는 시키겠지만 서둘러 예멘에서의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이 지원해온 후티반군과 사우디가 지원하는 동맹군간 충돌, 그리고 분리 요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후티반군을 지원하면서 아라비아 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키워온 이란이 작은 양보는 하겠지만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대리전' 예멘 내전 종식 희망 기대

하지만 이란 테헤란의 정치 전문가 디아코 호세이니는 알자지라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모두 개입하면서 8년간 이어지고 있는 예멘 내전 종식이 이번 국교 정상화가 낳을 수있는 가장 중요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칫 핵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걸프만 국가 정부들은 집단 지역 방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이란과도 그동안의 분쟁과 이견 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촉발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라도 발생한다면 국제유가를 폭등시켜 세계 경제의 완전한 붕괴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 이란과의 재수교는 군사적 충돌이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정치적, 평화적인 해결이 현명하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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