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발굴죄는 5년 이하 징역... 과실치사보다도 형량 높아
승재현 박사 "재물 손괴에 비해 분묘발굴은 강하게 처벌"
승재현 박사 "재물 손괴에 비해 분묘발굴은 강하게 처벌"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모 묘소 훼손 사건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묘소 훼손범은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경북경찰청은 이 대표의 양친 묘소 훼손과 관련해 봉분 아래쪽에 4개의 구멍이 뚫려있고, 2개의 구멍에 한자가 적힌 돌이 올려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1번 돌에는 한자어로 ‘생명기(生明氣)’ 3글자가 적혀있는 것으로 판독됐다. 2번 돌에도 한자어로 생명(生明)으로 시작하는 3글자가 적혀있었지만, 세 번째 글자는 불분명해 감정을 통해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SNS에 “저승의 부모님까지 능욕당하시니 죄송할 따름”이라며 훼손된 양친 산소 사진을 올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분묘발굴죄' 등의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고의성’에 대한 부분만 밝혀진다면 분묘발굴죄 성립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이 사안의 경우 고의성을 따져봐야겠지만 분묘발굴죄가 적용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장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점이 아니라면 고의로 분묘를 꺼낸 이상 분묘발굴죄 적용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분묘발굴죄는 형량이 상당히 무거운 죄로 꼽힌다. 형법 제160조는 분묘를 발굴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벌금형은 선택지에 없다는 얘기다. 과실치사(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형량이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점을 보더라도 분묘발굴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엄격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유교적 관혼상제 문화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에서 분묘발굴에 대한 형량이 높은 편”이라며 “일반적인 물건을 손괴(물건을 망가뜨림)한 것에 비해 분묘에 손을 댄 사안의 법적 비난 가능성이 큰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승 박사는 “만에 하나 돌에 적힌 문구 해석에 따라 분묘에 손을 댄 이유가 선한 이유였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 만으로 범죄 행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분묘발굴죄가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것에 대해 적법하다는 헌법재판소 판결도 있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전통문화 사상, 분묘에 대한 국민 일반의 가치관 및 법 감정,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고려해 볼 때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법정형이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