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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등판 'SVB 쇼크' 차단.. 금리동결론에 시장 일단 진정 [美 SVB사태 불안한 진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3 18:01

수정 2023.03.13 18:01

美 금융당국 "예금전액 보증"
다른 은행으로 확산 신속 진화
국내 증시 블랙먼데이 피했지만 건전성 관리 강화 목소리 커져
연체율 치솟은 2금융권 초긴장
尹 "실물경제 면밀히 점검하라"
바이든 등판 'SVB 쇼크' 차단.. 금리동결론에 시장 일단 진정 [美 SVB사태 불안한 진정]
바이든 등판 'SVB 쇼크' 차단.. 금리동결론에 시장 일단 진정 [美 SVB사태 불안한 진정]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다른 은행으로 번지지 않게 신속히 개입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한국 금융시장은 미국이 이번 사태로 가파른 금리인상을 계속할 수 없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금융당국은 국제적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계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바이든, SVB "반복 없다" 강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인과 미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할 때 은행 예금이 온전하게 보관되어 있다고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묻고 더 큰 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을 강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일(13일) 미국의 역사적인 경기회복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은행 체계의 회복력을 유지할지 연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SVB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을 보험 대상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3개 기관은 이번 조치에 따라 모든 예금주가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으며 SVB의 손실과 관련,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는 주주와 담보가 없는 채권자 일부는 보호받지 못하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SVB 고위 경영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뉴욕주의 금융당국인 금융서비스부(DFS)는 뉴욕주의 시그니처은행을 폐쇄 및 인수하고 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시그니처은행은 지난 8일 청산한 실버게이트은행처럼 가상자산 기업들과 거래가 많은 중형은행으로 SVB와 실버게이트의 영향 때문에 당국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시그니처은행의 모든 예금고객 자산을 보장하겠다면서도 "SVB 해결안과 마찬가지로 손실을 납세자가 감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2일 CBS방송에 출연, 이번 사태에 국가가 나서서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韓 금융권, 금리동결 기대감 커져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01p(0.67%) 오른 2410.60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장중 하락 반전됐으나 다시 상승세를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0.29p(0.04%) 상승한 788.89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1324.2원) 대비 22.4원 하락한 1301.8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 사태로 인해 시장 내에서 연준의 긴축이 생각보다 강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으며, 미국 장·단기물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며 "이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여 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봤다. 대개 시스템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경우 미국 내의 리스크였다는 점과 연준의 긴축 기조가 강해지지 못할 것이라는 안도감이 달러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SVB 파산 사태로 연준이 3월 금리인상을 건너뛸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미국 국채 2년물, 3년물, 5년물, 10년물 금리는 모두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연준이 0.5%p 금리인상(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에 그간 상승세를 보였다가 SVB 사태 이후로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리스크 관리 강화해야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SVB 같은 유동성 관리 실패사례가 나올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SVB와 마찬가지로 무리하게 금리를 올려 예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시중자금을 끌어모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최근 연체율 급등과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전성 리스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저축은행에 몰린 수신잔액은 총 118조6822억원으로 9개월 만에 15.9% 급증했다. 신용협동조합의 수신잔액도 같은 기간 11.73% 늘어난 124조83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잔액 상승률(3.64%)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동시에 건전성 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3·4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전 분기(2.6%) 대비 크게 오른 3.0%를 기록했다. 연체금액도 3조4344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4500억원가량 늘었다. 저축은행권의 합산 연체액이 3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16년 6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부동산PF도 저축은행 부실화의 뇌관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연체 잔액은 총 3000억여원, 연체율은 2.40%로 집계돼 전체 금융권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9개월 전에 비해 연체금액은 1000억원, 연체율은 두 배 뛰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SVB 사태는 금리변동 리스크를 간과해 벌어진 일"이라며 "저축은행 등 국내 2금융권도 금리 리스크를 유념하고, 특히 부동산 PF의 경우 금리가 올라 경기가 어려워지면 곧바로 위험에 노출되고 빨리 처분할 수 없어 유동성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김동찬 김예지 김태일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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