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줄곧 순혈주의를 유지했던 한국 야구가 처음으로 선택한 혼혈인 토미 현수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아쉬운 모습으로 한국 대표팀과 헤어진다.
한국 출신 이민자인 어머니 곽경아 씨와 미국인 아버지 존 에드먼씨 사이에서 태어난 에드먼은 지난 2019년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이후 4시즌에서 통산 459경기에 출전해 0.269의 타율과 40홈런 175타점 79도루 등을 기록한 선수다.
2021년에는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해 메이저리그(MLB)에서 정상급 선수로 인정 받았다.
선수가 부모의 국적을 따라 팀을 고를 수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규정에 따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9월 에드먼에게 대표팀 합류를 권유했고, 에드먼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동행이 시작됐다.
사상 최초로 미국인 메이저리거를 품은 한국 대표팀은 기대가 컸다.
지난 달 중순부터 진행된 대표팀의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내야 백업 자원 오지환(LG 트윈스)과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이 공수에서 펄펄 날았으나 이강철 감독은 에드먼을 붙박이 주전으로 두고, 합류를 기다렸다.
지난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 공식 훈련에서 처음 합류한 에드먼은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말 실력에서부터 먹는 음식까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였다.
에드먼은 이런 관심을 즐기며 뜻깊은 태극마크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에드먼은 지난 6일 오릭스 버팔로즈와의 평가전에서 교세라돔의 인조잔디에서도 안정적으로 땅볼 타구를 처리하며 '역시'라는 감탄사를 불러왔다. 비록 4타수 무안타로 공격력이 아쉬웠지만 서서히 컨디션이 올라올 것으로 보였다.
7일 한신 타이거스와의 최종 평가전에서도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1볼넷으로 출루하며 일본 투수의 공을 익히는 듯 했다.
그러나 막상 대회에 돌입하자 에드먼의 타격감은 올라오지 않았다. 9일 호주전에서 4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묶였고, 10일 일본전에선 4타수 무안타로 아예 1루 베이스를 밟아보지도 못했다.
타격이 좀처럼 안 풀리자 그나마 강점이던 수비에서도 기초적인 실수가 나왔다. 일본전에서 땅볼 타구에 악송구를 저질렀고, 평범한 2루 견제구도 뒤로 흘렸다.
결국 12일 체코전에서는 1번에서 9번으로 밀렸다. 체코전에서는 3타수 1안타 2타점으로 7-3 승리에 기여했으나 이미 2패로 1라운드 탈락이 유력해진 터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었다.
이번 대회 한국의 부진을 에드먼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에드먼이 생각보다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을 계기로 한국은 앞으로 WBC에서 혼혈 선수를 굳이 대표팀에 합류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MLB에는 에드먼 외에도 롭 레프스나이더(보스턴 레드삭스), 데인 더닝(텍사스 레인저스), 미치 화이트(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한국계 선수들이 꽤 있다.
그러나 이들이 국제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더라도 소속팀에서만큼 활약해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에드먼의 사례를 통해 느꼈다.
반대로 한국계 빅리거의 입장에서도 태극마크를 선택하는 것에 부담이 생긴 상황이다.
선수들은 WBC에 참가하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예년보다 일찍 몸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번의 경우처럼 팀과 개인의 결과가 모두 좋지 않으면 시즌 초반 경기력 저하는 물론, 자신감까지 하락할 수 있다.
에드먼과 한국 야구의 동행은 시작부터 엄청난 이슈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아쉬움과 고민거리만 남긴 채 조기에 막을 내리게 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