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14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사수동의 한 야산에 재선충병에 걸려 누런색으로 변한 소나무 수십그루가 보였다.
작업자들이 전기톱으로 죽은 소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을 벌였다. 작업 현장 인근에는 토막으로 잘린 소나무가 푸른색 방수포에 수북히 쌓여 있다.
죽은 소나무 기둥에는 '병충해 밴드'가 둘러져 있다. 이 밴드에 표기된 QR코드를 휴대전화기로 찍어보니 잘린 나무에 약품을 쳐 방수포로 수년간 야산 인근에 둬야 하는 '훈증처리 방식'과 죽은 나무를 가루로 처리하는 '파쇄처리 방식' 등으로 구분돼 있다.
북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재선충병으로 피해를 입은 나무를 파악, 작업자들이 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밴드에 훈증처리와 파쇄처리 방식 등으로 구분해 표시를 해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방수포에 쌓인 소나무에는 약품을 뿌려 몇년간 놔둘 예정"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나무에 있는 병이 없어지고, 이후에는 그대로 버려진다"고 덧붙였다.
대구 북구는 팔공산과 가까운 연경지구와 피해가 가장 심한 금호사수지구, 서변함지산지구 등 3곳으로 나눠 방제작업에 벌이고 있다. 재선충병 피해를 입은 소나무는 1만4000그루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가 늘어나면서 산림당국과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크기가 약 1㎜인 실모양의 벌레 재선충이 소나무 조직의 내부로 침입, 뿌리로부터 올라오는 수분과 양분의 이동을 방해해 나무를 시들어 말라 죽게 하는 병이다. 재선충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에 달라붙어 다른 나무로 이동하며 병을 퍼트린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8개 구·군의 방제대상목은 8만4000그루다. 방제대상목은 재선충병에 걸린 피해 고사목과 재선충병에 감염이 안됐더라도 매개충이 알을 낳는 등 서식할 수 있어 재선충병 감염의 확산 요인으로 적용되는 기타 고사목 등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방제대상목인 3만6900그루보다 127.7%(4만7100그루) 늘었다.
피해 나무 수를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집계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대구 8개 구·군은 조사기관에 의뢰를 해 대략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매개충이 활동하기 전인 4월까지 방제작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서채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하반기가 되면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 인근 20m 범위 내의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것이 원천 차단하는 방법인데 대구시가 이런 방법으로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선충병 피해가 늘고 있지만 산불 집중발생 기간과 소나무 재선충병 집중방제 기간이 겹쳐 방제 대응 인력이 부족하다.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13.3㎜로, 1973년 이래 최저다. 이때문에 나무가 약해졌고 죽은 나무에서 생활하는 매개충이 나무에 쉽게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겨울철 가뭄과 봄철 고온현상으로 매개충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며 "드론을 활용해 예찰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의 반경 20m 이내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대부분 개인 소유지이고, 현재 예산으로는 베어낸 나무들을 모두 보상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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