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우리도 ‘챗GPT’처럼” 금융권에 부는 'AI 열풍'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9 05:00

수정 2023.03.19 05:00

'게임체인저' 챗GPT 금융권도 활성화 바람
은행, AI로 고객응대·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핀테크는 보험·신용관리 등 AI활용 다각화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 AI의 ‘챗GPT’가 전 산업군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AI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시중은행은 AI를 통해 챗봇,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등을 도입했고 핀테크는 보험, 신용관리 등 활용법 다각화를 모색 중이다. 금융당국도 올해부터 망 분리, 클라우드 규제 등을 개선하며 금융권의 효과적인 AI 활용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금융 AI시장, 연평균 ‘38.2% 성장’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분야 AI 시장은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38.2% 성장하는 등 규모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신용정보원이 발행한 ‘금융 AI 시장 전망과 활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분야 AI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6000억원에서 5년 후 3조2000억원으로 433% 급증할 예정이다.

현재 시중은행은 챗봇을 중심으로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AI 챗봇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가 100만명을 돌파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AI 챗봇 문의량(64%)은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 고객 문의 중 전화 문의량(36%)을 앞서기도 했다.

국내 금융분야 AI시장 규모 /그래픽=정기현 기자
국내 금융분야 AI시장 규모 /그래픽=정기현 기자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챗봇 서비스를 출시한 후 품질 고도화를 통해 정답률 9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챗봇의 디지털 고도화를 추진 안심전환대출의 상담 및 신청이 가능한 프로세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MAU는 지난해 말 기준 120만명 수준이다.

은행권은 AI 챗봇 활성화로 대면 인력 감축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대면 창구 인력을 줄이려는 추세”라며 “이에 챗봇, AI은행원 등 여러 형태의 비대면 AI 서비스를 정교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은행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0만4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3000명 가량 줄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패턴 및 추세 분석이 가능한 AI인 만큼 은행권은 고객의 포트폴리오 관리에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AI 기반 시장분석 시스템 ‘딥센싱’을 내부 자산관리시스템과 연계해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딥센싱의 지난해 지수 하락 예측률은 78.8% 수준으로 일반 투자 전문가 전망보다 30% 이상 높았다. 하나은행도 AI 자산관리 서비스인 ‘하이로보’를 통해 고객별 투자 성향과 목적에 맞는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 중이다.

핀테크社 “AI 활용법 다각화”

핀테크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기반 보험 핀테크사 해빗팩토리는 설계사가 기존에 수작업으로 정리하던 수백 장의 보험약관을 자체 개발 AI 기술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보험 설계사 7명의 몫을 혼자서 할 수 있고 휴대폰 인증으로 수초 안에 보험 분석이 가능해져 업무 생산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에도 AI 기술을 적용해 대출 심사 시간을 3일에서 1분으로 단축시키고 실시간 모기지 금리 조회 기능도 추가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기관 피플펀드는 최근 AI 기반 무료 신용관리 앱 크레딧플래닛을 출시했다. 알고리즘을 통해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는 방법 등을 개인에 맞춰 제공한다. 신용진단 탭을 누르면 'A씨는 신용점수를 최대 110점 더 올릴 수 있어요'와 같은 문구로 향후 최대로 올릴 수 있는 신용점수 예측치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바이브컴퍼니의 핀테크 자회사 퀀팃은 자체 금융시장 AI 분석 모델을 국민연금공단의 '지능형 연금복지 통합플랫폼 구축 사업’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퀀팃은 시장 동향 및 주식 종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 및 분석하는 '핀터랩스'를 통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은행 등에 AI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 “망 분리·클라우드 규제 개선”

금융당국도 지난 2021년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금융사의 AI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망 분리·클라우드 규제를 개선했다. 원활한 AI 개발·활용을 위해서는 외부 개발제작도구(API) 및 클라우드 활용이 필수적임에도 그간 복잡한 시스템 중요도 평가 과정, 사전 보고 등의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호소하는 금융사가 많았다.

이에 금융위는 이용자의 고유식별정보 또는 개인신용정보를 처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연구·개발 분야에 대해 망 분리의 예외를 허용했다. 또 클라우드 이용업무의 중요도 평가 기준을 구체화해 명시하고, 비중요 업무에 대해서는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의 건전성 및 안전성 평가, 업무 연속성 계획, 안전성 확보조치 절차를 완화해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챗GPT 같은 AI 금융비서 출시를 위해서는 금융 '말뭉치(corpus)'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말뭉치는 AI가 언어적 구조를 가지는 문자·음성 데이터를 가공·처리·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모은 자료를 뜻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공지능이 '설명가능하거나 책임있는 인공지능'의 요건을 충족하려면 대량의, 양질의 금융 말뭉치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다"면서 "지난해 하반기 착수한 금융 말뭉치 구축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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