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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해법인듯 해법아닌 강제징용 해법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4 18:06

수정 2023.03.14 18:06

[재팬 톡] 해법인듯 해법아닌 강제징용 해법
"왜 그랬을까요?" 요즘 일본 교민사회는 한일 정상회담과 12년 만의 양국 셔틀외교 재개를 앞두고 떠들썩하다. 한일 관계개선은 현지 교민들에게는 먹고사는 삶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이곳에선 너도나도 무조건 환영한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공개된 내용만 보면 얻은 것이 별로 없는데 왜 그랬느냐는 것이다. 하나 주고 하나 얻는 게 협상인데 이번에 우리는 주기만 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물론 이 일을 계기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빗장이 풀리는 것은 다행이다.
다만 우리 기업들의 노력으로 일부 소재는 이미 국산화에 성공했고, 그러지 못한 것은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일본 의존도를 빠르게 낮춰가고 있어서 우리는 급할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면에 다른 내용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들도 난무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고받는 실리보다는 '조속한 해결'에 방점을 찍은 것 같다. 강제징용 문제 해법은 그의 대선 공약이었고, 한일 관계개선은 윤 정부가 첫째로 꼽는 당면과제다.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됐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놓인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글귀가 새겨진 패를 부각하는 쇼츠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해법이 문재인 정부 때부터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윤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임을 강조한 것이다.

양국은 '미래청년기금'(가칭)을 조성하는 식으로 문제의 실마리를 풀고 있다.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운영하는 일종의 장학펀드다. 양국 기업들이 돈을 대 유학생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영 찝찝하다. 이 해법의 가장 주체가 돼야 할 피해자들이 빠지고 전혀 무관한 '미래'나 '청년'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생존 원고 3명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한 재원으로 배상하겠다는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가해자'인 일본 기업의 사과와 배상 없는 정부 해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는 피해자들과 후속조치를 통해 이견을 좁혀가겠다고 했으나 온도차가 크다.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는 '일본이 잘못한 일에 왜 한국이 돈을 내는가'라는 인상이 있다"면서 "피해자가 해결책을 납득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그랬느냐고 물음표가 생기는 이번 해법은 그래서 반쪽짜리다.
윤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결국 일본 기업의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에 달렸다.

km@fnnews.com 김경민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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