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300만원 교육비 지출
물가 올라 '교습비 기준'도 상승
교습비 조정명령제도 유명무실
학령인구가 줄었지만 사교육비가 고공행진해 학부모 부담이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1명이 버는 수입이 대부분 사교육비로 나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뒤쳐지지 않기 위해 늘어난 학원비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당국이 그동안 눌러놨던 '교습비 조정기준'도 인상하면서 학원비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올라 '교습비 기준'도 상승
교습비 조정명령제도 유명무실
■"어쩔 수 없이 학원 보내야"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이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50대 학부모 정모씨는 두자녀의 교육비 명목으로 지출하는 돈은 월 300만원 수준으로. 일반 직장인 월급을 넘는 수준이다..
정씨는 "부부 중 한명 월급이 다 교육비에 들어간다"며 "(사교육을) 안 하면 안 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40대 후반 학부모 한모씨도 월 20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딸이 의대에 진학하기를 바란다는 한씨는 "200명 가까운 수강생을 몰아넣고 개인 질문도 안 받아주는데, 1회 수업 10만원에 가까운 수강료를 낸다"며 "기존에는 7만원이었는데, 코로나19 유행을 핑계로 학원비가 너무 올라 자녀와 부모 모두 힘들다"고 답답해 했다.
실제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전년도 23조4000억원보다 10.8% 늘었다. 사교육비 총액은 지난 2021년에도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문제는 학부모는 물론이고 학생들까지도 사교육이 부담스럽지만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학원가에서 만난 중학생 2학년 김모양은 "현재 국·영·수 3개를 다니고 있다"며 "힘들지만 친구들이 모두 다녀서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교습비 조정명령제도' 유명무실
올해도 사교육비 부담은 더해질 전망이다. 교육당국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장기간 동결됐던 '교습비 조정기준'을 일제 인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습비 조정기준은 사교육기관의 무리한 학원비 인상을 막기 위해 교육지원청이 정하는 1분당 교습단가 상한선이다. 최근 2년 사이 서울시 교육청의 평균 인상률은 3.5%에 달한다. 성동·광진교육지원청의 경우 지난해 1월 8.6%를 올렸다.
관련해 단과학원 원장 A씨는 "물가에 비해 학원비는 그렇게 오르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수강하는 과목 수가 많아져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교습비 조정명령제도'도 최근에는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교습비 조정명령제도'는 교육당국이 적정 수준 이상의 교습비를 받으면 교육청 차원에서 조정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청의 학원비 인하 명령에 대해 학원 측이 소송할 경우, 교육청이 승소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시민단체는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제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학령인구가 감소하자 학원 측은 상품을 세분화해서 팔고,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막대해졌다"며 "공교육 내실화와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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