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주주가 물로 보이냐" "안 한다던 올레드 TV는 왜 재출시?"...소액주주 송곳질문에 진땀 흘린 한종희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5 11:59

수정 2023.03.15 14:01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아이가 주식에 관심이 많아 오늘 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장에 왔습니다. 아이가 이번 주총을 경험하면서 경제에 대한 감각을 기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온 A씨 부부는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수원컨벤션센터로 발걸음을 옮기며 이같이 말했다.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 주주 600여명,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 제54기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이날 주총장에 이른 시간부터 남녀노소를 막론한 주주들이 자리를 잡고 송곳질문을 준비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상정돼 통과됐다. 이재용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종희 부회장 "본질에 집중해 위기극복"
제54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 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제54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 총회장 입구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은 의장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많은 분들의 노력과 격려에 힘입어 처음으로 매출 300조원을 넘어서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며 임직원과 협력사, 주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 경영 각오로 '본질에의 집중'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 온 비결은 본질에 집중한다는 진리였다"며 "앞으로도 기술을 통해 고객이 더욱 풍요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환경·미래·로봇' 방점 찍은 DX부문...DS부문 "반도체 한파 속 기회 모색"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5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5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의안 상정에 앞서 한종희 DX부문장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사업부문별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 DX 부문의 과제로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와 '미래 시장과 라이프스타일 창출'을 꼽았다. 한 부회장은 "재활용 소재 적용을 더욱 확대하고 제품 사용 단계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한편, 미세플라스틱 저감 세탁기와 같은 혁신 제품 발굴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청년SW아카데미 △삼성희망디딤돌 △삼성스마트스쿨 △C랩(인사이드·아웃사이드) 등 상생 활동을 지속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DX부문을 관통하는 '캄테크' 비전 구체화 계획과 향후 본격화될 로봇 시대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언급했다.

이어 반도체 사업에 대해 발표한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실물경제 둔화에 따른 정보기기(IT) 수요 부진 본격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 감소 등을 예측하며 올해 경영상황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사장은 어려운 시황 속에서도 차세대 기술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확보를 위한 필수 연구·개발(R&D) 투자는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DS부문은 위기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역사가 있다"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철저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 하지 않겠다던 OLED TV, 왜 다시 출시?"..."美반도체법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은?"
삼성전자가 Neo QLEDㆍOLED 등 2023년형 TV 신제품을 9일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Neo QLED 8K 2023년형 신제품을 소개하는 모델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Neo QLEDㆍOLED 등 2023년형 TV 신제품을 9일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Neo QLED 8K 2023년형 신제품을 소개하는 모델들. 연합뉴스

이어 주주총회 현장과 온라인 중계 시청에 참여한 주주들과 경영진간 질의응답 시간도 이어졌다. △10년 만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국내 재출시 △미국 반도체법에 대한 입장 △애플페이 국내 상륙에 따른 삼성페이의 전략 △메모리반도체 회복 시기 △반도체업계 인력난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로 주총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한 주주는 "앞으로 OLED TV는 안 한다고 했는데 올해 10년 만에 국내시장에 복귀했다. 경쟁사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라고 질문했다. 해당 질문에 2020년 "삼성전자는 OLED TV를 안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한 장본인인 한 부회장이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한 부회장은 "소비자의 선택지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8K, 네오 QLED, OLED, 마이크로 LED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면서 "지난해 OLED TV 글로벌 도입 후 회사가 설정한 목표 판매치에 근접하면서 OLED TV 라인업과 도입지역을 전년대비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에 대한 질의응답도 있었다. 한 주주가 지난해 출범한 로봇사업부의 사업 계획에 대해 묻자 한 부회장은 "회사는 사용자와 인터랙션을 통해 지속해서 진화하고 사용자 니즈에 맞춰 동작하는 지능형 로봇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올해 걷기 운동용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사업 추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대해서는 "당사 제품 및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대규모 AI 모델은 미래 반도체 수요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독이 든 성배'라는 말까지 나오는 미국의 반도체법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이정배 사장은 "다각도로 가이드라인 시행세칙을 확인하며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뿔난 소액주주'들 "회사가 주주를 물로 보나" 성토도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최근 '6만전자'에 턱걸이하고 있는 회사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 주주는 "주가 관리를 하시나요? 우리는 온가족이 주주를 갖고 있습니다. 주주를 물로 보면서 상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쓴소리를 했다. 관련 발언이 끝나자 장내에서는 박수소리가 나왔다.

또 다른 주주는 질의를 통해 "10만원 가까이 올랐을 때 주식을 샀다"며 "지금 6만원대를 턱걸이하고 있는 데 주가 관리를 할 마음이 없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주는 "버크셔 해서웨이같은 주총은 생각지도 않았지만 답변이 너무 두루뭉실하고 동문서답"이라면서 주주총회를 대하는 삼성 경영진의 태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한 부회장은 "이사회와 경영진은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시설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지속성장과 함께 주주환원도 균형감 있게 추진해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주주환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자 2022년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주당 1443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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