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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K팝 성장 둔화… 삼성·현대 같은 글로벌 엔터기업 등장해야"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5 18:05

수정 2023.03.15 18:05

방시혁 하이브 의장 관훈포럼 기조연설
K팝기업 글로벌 점유율 2% 미만… 규모의 경제 필요
슈퍼 아티스트 지속 재생산 구조 마련·플랫폼 성장 중요
SM 인수 성패 상관없이 카카오와 합의 이끌어내 만족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K팝의 미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K팝의 미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카카오와 벌였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과 관련해 "시장 과열과 치열한 인수전 등은 예상 밖이었다"고 돌이켰다.

방 의장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대중문화 인사로선 최초로 연사로 나섰다. 기조연설 후 이어진 질문에서 방 의장은 "2019년부터 글로벌 성장동력의 일환으로 SM 인수를 계획하고 오퍼도 두 차례나 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 지난해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왔으나, 당시엔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게 회사에서 세운 로드맵에 따라 나아가던 중 갑작스럽게 이수만씨에게 연락이 와서 지분 인수 의향을 물었다. 그때는 과거 인수 반대 요인이 사라져서 다시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과열과 치열한 인수전 등 예상 밖의 일어났고, 어느 순간 우리가 생각한 (SM 인수) 가치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이걸 끝끝내 인수하는게 맞나 반문하게 됐고 이런 형태의 인수보다는 원래 로드맵대로 좀 더 혁신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유를 설명했다.

■세계 엔터업계 삼성, 현대 되려면?

방 의장은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뮤직 시절부터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꿈꿔왔다. 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와 슈퍼 IP의 지속적인 재생산 구조 마련 및 플랫폼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세계음악시장에서 K팝의 점유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미국 등 주류시장에서 현지 기업과 경쟁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BTS와 블랙핑크 같은 슈퍼 아티스트가 지속 재생산되는 구조가 자리잡아야 하며, 아티스트와 팬의 경험을 혁신시키며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커뮤니티, 커머스, 스트리밍을 통합한 플랫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이 K팝에서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계음악시장에서 K팝 기업의 점유율은 2% 미만에 불과하다.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소니뮤직이 각각 15~30%씩 차지해 3사 통합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67.4%에 달한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K팝은 골리앗 3사 틈에 있는 다윗과 같다"고 비유했다. "세계음악시장이 다윗을 눈여겨 보게 된 점은 고무적이나, 미국 등 주류시장에서 K팝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빌보드 핫100 차트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53% 감소했다. 음반 성장률도 감소세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인도네시아 스포티파이에서 연평균 K팝 점유율이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고 짚었다.

그는 "홍콩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K팝이 지닌 가치와 에너지가 이렇게 추억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K팝 다음을 준비하는 시점은,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이어야 한다. 성장세가 하락세를 걷기 시작할 때 대처하면 이미 늦다"고 강조했다.

■"인수결과 성패의 관점으로 보지말길"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인수전과 관련해 카카오의 승리라는 평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그는 "지난 주말에 보아가 20주년 콘서트를 했다. 먼저 축하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기업이 K팝을 여기까지 끌고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본인의 업을 다하면서 업계를 리드한 건 아티스트들이다. 인수를 전쟁으로 바라보는 상황에서도 아티스트는 자기 자리에서 가슴앓이를 하면서 본인의 업에 충실했다. 팬들도 응원하고 지지했다. 하이브나 카카오나 아티스트나 팬을 위해 이뤄진 일이라고 하나 과연 그들에게 좋았나? 매니지먼트 측면에선 가슴이 아팠다. 미안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또 "인수의 결과를 성패의 관점으로 보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인수는 오기나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고 합리적 선택에 따라야 한다. 우리 기업에 (이 결정이) 맞나,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봤다"고 돌이켰다.
이어 "이번 인수에서 후퇴하면서 저로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플랫폼 사업에 있어 카카오와 합의를 이끌어낸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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