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노동일 칼럼] 3대 개혁, 국민 설득이 선결 과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5 18:11

수정 2023.03.15 18:11

[노동일 칼럼] 3대 개혁, 국민 설득이 선결 과제다
2009년 9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단에 섰다. 국가적 논쟁이 벌어진 의료보험 개혁 법안 통과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논쟁할 시간도, 게임을 벌일 시간도 지났습니다. 이제 실행에 옮길 시간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단호한 어조로 미국인 4600만명이 의료보험이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연설 전 53%였던 찬성 여론은 연설 후 67%까지 올라갔다. 여론에 힘입어서일까. 법안은 2009년 12월 상원, 2010년 3월 하원을 각각 통과하여 결국 법제화에 성공하였다. 1960년대 메디케어 등이 도입된 지 40여년 만에,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지 100여년 만이었다. 불완전하지만 미국 역사에 남을 개혁임은 분명하다. 취임 후 최대의 과제로 의료개혁을 추진해 온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법안 통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연설, 타운미팅, 기자회견 등 정치권과 국민을 상대로 한 지속적인 설득 작업이 없었다면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원에서 법안 통과에 필요한 216표보다 불과 3표 많은 219표로 턱걸이를 한 걸 보면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3대 개혁,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에 비견되는 국가적 과제이다. 개혁 성공 여부가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리의 무게는 더 엄중하다. 연금개혁을 못하면 연금을 지급할 수 없는 때가 온다고 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는 노동개혁 없이는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문제는 한 가지도 어려운 3대 과제를 이해관계자들의 엇갈리는 요구를 조율하면서 돌파할 수 있는 정치력이 우리 정치권에 있느냐이다. 맹탕 권고안을 내놓고 파장을 맞을 연금개혁특위의 운명이 개혁과제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우려일까.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대해 노동개혁을 이루었지만 선거에서 패배한 슈뢰더 독일 총리의 리더십을 본받아야 한다는 주문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대국민 설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차례 3대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들은 국민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발화된 게 아니다. 주로 참모회의, 국무회의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려왔다. 한때 과유불급이던 도어스테핑마저 없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이제는 너무 과소해진 게 아쉽다. 대통령실 1층에 기자실을 둔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담화, 연설, 기자회견 등으로 국민에게 3대 개혁 필요성을 설명하고 개혁이 이뤄진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펼쳐 보여야 한다. 연금 공포감만 부각시켜 연금개혁을 이룰 수는 없다. 노조 때리기만으로 노동개혁을 할 수는 없다. 교육 현장 종사자들의 협력을 얻지 못하는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지시'만으로 개혁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국민이 흔쾌히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식이 민주주의의 진정한 리더십이다.
지도자의 '책임' '결단'을 강조한 트루먼 리더십이 20세기형이라면 21세기에 필요한 건 '공감'과 '설득'에 방점을 둔 오바마 리더십이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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