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노동시간 유연화는 노동현장의 애로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민노총 등에서 처음부터 반대가 심했다.
일각에선 제도개편안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 나온다. 문제가 있다면 고치는 건 맞지만 제도개편을 시작하기도 전에 백지화 운운하는 건 개혁에 백기를 드는 것과 같다.
추진 과정에서 행정미숙은 없지 않았다. 추가 근로시간 방식이 바뀌었을 뿐 총량은 늘어나지 않은 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매주 69시간 일하는 것처럼 오해를 샀다. 일이 많을 때 몰아서 하고 쉴 때 푹 쉬자는 목소리를 반영했다지만 미흡한 면도 있었다.
노동시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기계적 접근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노조조직률은 14.2%에 불과하다. 이런 마당에 최대 주 69시간 일하는 방안을 노사 협의로 실행하겠다는 건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정책 발표 때 고용노동부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포괄 임금제'의 부작용을 언급한 것처럼 노동현장의 실태를 더 세세히 살폈어야 했다.
그럼에도 이번 정책혼선이 노동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도화선이 되어선 안 된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춘 학제 개편안을 꺼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제도 추진은커녕 장관 사퇴까지 이어진 일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이런 일로 좌초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관할 부처가 개혁의 중요성을 숙지하고 국민과의 세심한 공감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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