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충격이 끝나기도 전에 스위스 2대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유럽 주요국 증시는 3% 이상 급락했다.
SVB의 파산으로 국제 금융계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가운데, CS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 뭐가 문제인가? : 1856년에 설립된 크레디트 스위스는 최근 몇 년간 자금 세탁 등 여러 가지 스캔들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고객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2021년과 2022년에 적자를 기록했으며, 2024년까지 흑자 전환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은행측은 시인했다.
이로 인해 은행 고객들이 2022년 마지막 3개월 동안 1100억 스위스프랑(약 158조원)의 예금을 인출, 유동성 위기가 표면화됐다.
◇ 위기 표면화 계기는? : 15일(현지시간) 크레디트 스위스의 지분 9.88%를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 국립 은행은 규정을 이유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주식을 더 이상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은행의 아마 알 쿠레이라 행장은 "우리는 규정상 한 은행의 지분 10%를 넘을 수 없다"며 "더 이상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주가 얼마나 폭락했나? : 이 같은 소식으로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주가는 미국증시에서 14% 가까이 폭락했다. 이날 이 은행의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13.94% 폭락한 2.16 달러를 기록했다.
CS의 주가가 폭락하자 미국의 세계적 투자은행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JP모간체이스는 4.72%, 골드만삭스는 3.09%, 씨티그룹은 5.44% 각각 급락했다. 이에 따라 S&P500 금융지수는 2.84% 하락 마감했다.
CS는 유럽증시에서도 폭락했다. CS의 주가는 스위스 증시에서 25% 폭락했다. 이에 따라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의 은행지수가 7% 급락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FTSE는 3.8% 급락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초기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이다. 영국의 FTSE뿐만 아니라 독일의 닥스와 프랑스 까그도 모두 3% 이상 급락했다.
◇ 제2의 르만 사태가 될 것인가? : 글로벌 투자은행이었던 미국의 르만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모기지)에 과도하게 노출된 르만은 결국 파산을 선언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이에 따라 같은 투자은행인 CS의 위기가 전세계 금융계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르만과 달리 CS는 상당한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실제 파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CS가 지난해 10월 최악의 예금인출 사태를 겪었지만 은행 부채의 절반 이상을 갚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현금과 유동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 중앙은행 개입할까? : 당연히 개입할 것이다. CS가 스위스의 2대 은행이기 때문이다. 이날 스위스 중앙은행은 "필요하다면 CS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이날 스위스금융시장감독청(FIINMA)과 공동성명을 내고 "CS가 은행에 부과되는 자본과 유동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상황이 변하면 중앙은행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성명은 또 지난주 미국의 2개 지역은행들이 파산한 것이 스위스 은행권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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