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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하나가 아쉬운데…'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용 이대론 안된다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7 05:00

수정 2023.03.21 14:57

충북 음성군 홍보실 직원들이 지난 15일 음성읍 용산리 복숭아 농가를 찾아 가지 줍기 작업 등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고 있다. /뉴시스
충북 음성군 홍보실 직원들이 지난 15일 음성읍 용산리 복숭아 농가를 찾아 가지 줍기 작업 등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경기도 포천시의 한 가축농장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의 한 60대 태국인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고질적인 일손 부족현상에 시달리는 농촌지역의 외국인 노동자 투입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5개월 국내 체류하면서 근로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면서 일부 지역에선 단 한 명도 투입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다보니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도 당장 부족한 일손을 채울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일손이 필요한 농가는 물론 외국인 노동자 본인 역시 제대로 된 근로환경 제공이나 처우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음성적 채용에 따른 법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까다로운 절차에 손 놓은 지자체 상당수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최춘식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도입률은 2017년 70%, 2018년 76%, 2019년 81% 였다가 2020년에는 0%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2021년에 들어선 8.7%, 22년 45%로 최근 들어 실적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확안됐다.

여기서의 '도입률'은 정부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 수를 허가해주면 실제 국내 도입된 인력 수가 얼마인 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먼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희망하는 인원 수를 산정해서 신청을 하면 법무부 주관 '계절근로자 배정심사협의회'를 거쳐 지자체별 배정 인원 수를 확정짓게 된다.

이후 해당 지자체가 해외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해외 지자체가 한국내 지자체가 희망하는 수만큼 근로 인력을 모아서 자체 심사를 거져 선발 후 한국에 입국시켜 각 농촌에 투입하게 된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투입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정부가 아닌, 해당 지자체가 직접 해외 국가나 해외 지자체와 협력해서 해결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데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해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상당수 있다는 게 최 의원실의 주장이다.

실제 이번에 불법체류자 외국인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기 포천과 가평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률은 '0%'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선 결과, 각 농가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었을 만큼 일손 부족 현상이 매우 심각했다는 전언이다.

최 의원은 "정부가 농촌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큰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정부는 또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알아서 해외 국가들과 외국인근로자 도입 협의를 해오면 정부는 승인만 하겠다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 단위 지자체의 경우 직접 해외 국가, 또 해외 지자체와 소통해서 제대로 협의할 수 없는 여러 힘든 여건들도 있고, 이 제도 자체를 잘 알지 못하는 지자체도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가 좀 더 적극 나서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림부 TF 구성·외국인 체류기간 늘려야

이에 따라 농촌 일손 부족 현상을 타개하고 불법체류자 투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농림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외교부, 법무부 등 관련부처와 함께 심도있는 협업을 통해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 의원은 "농림부가 조속히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주관이 되어 부처 내 TF를 만들고 , 비자 담당 법무부, 외교채널 담당 외교부 등 담당 공무원들을 파견 지원 받아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부족한 농촌 일손 지원이라는 당초 제도 운용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계절근로자들의 체류기간 연장과 투입 농가 대상 및 범위도 대폭 확대시켜 농촌 인력 부족 사태와 외국인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의원은 "현재 외국인 계절근로자 비자가 E-8인데 체류기간이 고작 5개월이고, 연장도 불가능하다"며 "지원대상에 일반 농가 뿐만 아니라 축산농가도 포함시키는 동시에 체류기간을 더 늘리고, 농민들이 원하면 일정 범위내에서 비자를 연장해줄 수 있는 개선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법무부측은 "경기 포천과 가평은 도입률 0% 가 아니라, 2022년 계절근로자 유치 신청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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