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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회복적 금융으로 빚 못 갚는 분 짐 덜어줄 것"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6 18:09

수정 2023.03.16 18:09

정순호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
빚 탕감 아닌 스스로 갚도록 도와
지자체 복지연계·맞춤 솔루션 등 채무 컨설팅으로 사각지대 밝혀
제2의 '수원 세모녀' 사례 막아야
[fn 이사람]
"채무를 안 갚는 것과 못 갚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자가 근로활동을 통해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채무를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돕는 채무종합상담기구다. 못 갚는 분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게, 꼭 필요한 사람이 적시에 지원받을 수 있게 회복적 정책금융의 상시화가 필요하다."

2002년 신용회복위원회 설립 초창기부터 지켜본 이른바 '신복위 원년 멤버'인 정순호 사무국장(사진)은 제2의 수원 세모녀 사건과 같은 금융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복적 정책금융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에서 회생·채무 절차를 밟은 사람도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채무컨설팅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1994년 대동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 국장은 1998년 외환위기로 은행이 퇴출되며 입사 4년 만에 실직자가 됐다.
퇴직 후 정리금융기관에서 파산금융기관 정리업무 기획을 담당하던 일이 계기가 돼 신용회복지원위원회(현 신용회복위)에 입사했다.

신복위의 '처음'부터 함께한 정 국장은 신용회복위원회를 "못 갚는 분들을 도와드리는 채무종합상담기구"라고 설명한다. 채무조정이라고 하면 가장 큰 오해가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라는 선입견이다. 정 국장은 "채무조정제도는 채무를 갚아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근로활동을 통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면서 갚아 나갈 수 있도록 분할상환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소득과 재산, 부양가족, 채무액과 연체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채무조정만 하는 건 아니다. 그는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는 분들에게 소액대출과 소액신용체크카드 발급지원, 신용교육과 복지연계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신용불량자라고 일컬었던 금융채무불이행자는 2004년을 정점으로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정 국장은 "2004년 제도기획부 팀장으로 근무하던 때 금융채무불이행자가 372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이었다. 채무조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신청을 간소화해서 제도를 개선하고자 금융회사와 협의를 거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연체 31일 이상 89일 이하자에게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걸 두고는 "큰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정 국장은 이제는 채무조정 제도의 저변 확대, 나아가 회복적 정책금융 상시화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정 국장은 "개인사채가 많고 채무가 과다한 채무불이행자는 법원 제도가 적합하고, 보증인이 있거나 보유재산이 면제재산 이상이어서 청산을 하면 생활이 어려워지는 사람은 위원회 제도가 적합하다"며 "신복위 제도와 법원 제도는 장단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각자 상황에 맞게 다른 제도를 선택하더라도 채무컨설팅을 통해 다시 어려움에 빠지는 걸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정 국장 생각이다.


지자체 기초생활복지와의 연계, 신용상승을 위한 맞춤 솔루션 등 회복적 정책금융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국장은 "채무상담사의 심리적 지지와 가족, 지인의 경제적·정서적 지지가 채무조정 경험자들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며 "이런 회복적 정책금융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적시에 지원될 수 있도록 상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음에도 손조차 내밀지 못하는 분들에게 심리적 지지를 통한 정신적·경제적 회복을 지원하는 유기적인 사회적 연대가 중요하다"며 제2의 수원 세모녀 사건을 막기 위해 회복적 정책금융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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