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2년전 독일로 입양된 아들, 유전자 채취로 엄마 찾았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6 16:00

수정 2023.03.16 18:31

해외입양인 가족 찾기로 상봉
16일 여주경찰서에서 42년만에 친모를 만난 A씨(가운데)의 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다. 경찰청 제공
16일 여주경찰서에서 42년만에 친모를 만난 A씨(가운데)의 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다. 경찰청 제공
"가족과 재회하게 된 것은 큰 축복입니다. 마침내 나의 과거와 뿌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쁩니다." 42년 전 실종돼 독일로 입양된 A씨(46세, 실종 당시 4세, 독일 거주)는 친모 B씨와 16일 극적으로 만나며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지난 1981년 1월 수원버스터미널에서 실종된 이후 독일로 입양됐다.
이후 성인이 돼 지난 2009년 국내 입국해 '가족을 찾고 싶다'며 수원서부경찰서에 방문해 유전자를 채취했으나, 당시에는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친모 B씨가 지난해 6월 여주경찰서에서 '헤어진 아들을 찾고 싶다'며 유전자를 채취했고, 이를 계기로 지난해 7월 두 사람의 유전자 간에 친자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왔다.

정확한 친자관계 확인을 위해 두 사람의 유전자를 재채취해 정밀한 2차 유전자 분석 작업이 필요했다. 문제는 A씨가 독일에 거주하고 있어 국내에 입국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A씨에게 재외공관에서 유전자를 재채취할 수 있음을 안내했고 A씨는 지난해 11월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에 방문해 유전자를 재채취했다.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 A씨가 친모 B씨의 친자임이 올해 1월 최종 확인됐다고 한다. 이후 A씨와 가족들의 상봉을 추진하기 위해 여주경찰서와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는 함께 상봉 일정·장소·방식 등을 조율했다. 상봉 이전에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상담·안내해주는 등 입양인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42년의 기다림 끝에 마련된 가족 상봉을 위해 A씨는 모국인 대한민국을 찾았다. 이어 친모 B씨가 직접 운영하는 경기 여주에 있는 식당을 방문 친형과 함께 세가족이 대면했다.

이날 A씨는 "도와주신 경찰, 대사관, 입양인지원센터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친모 B씨는 "둘째 아들을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 등록 덕분에 결국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A씨가 가족을 만나기까지는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외교부, 아동권리보장원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행 중인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는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됐다. 재외공관(14개국 34개)에서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분석해 한국의 가족과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A씨는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해 가족을 만난 세번째 사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미국인 C씨의 모녀와 지난 2021년 캐나다인 D씨의 남매의 상봉을 도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기실종자 발견은 실종자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상봉이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게 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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